좋아하는 역할놀이 함께 하면 한글 자연스럽게 배워

2012.12.03 19:04
신철희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소장

6살짜리 종수의 엄마는 최근 유치원에서 한글을 모르는 아이가 종수와 다른 한명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더욱이 다른 아이들이 한글을 모른다고 종수를 놀리기도 하고 이로 인해 종수가 많이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종수 엄마는 한글은 학교 들어갈 무렵에나 가르치고 어릴 땐 공부보다는 신나게 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종수의 상황을 알고 나서 불안하고 다급해진 종수 엄마는 ‘가갸거겨…’ 다그치며 한글을 공부시키기 시작했고, 종수가 알아듣지 못하면 야단을 치면서 억지로 공부를 시켰다. 이렇게 며칠을 하니 종수는 한글 공부가 하기 싫다며 안하려 했다.

종수네 같은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종수 엄마 생각대로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교육기관을 다니므로 또래들이 하는 만큼은 따라가는 것이 좋다. 또래보다 우월하게 앞서가진 않더라도 혼자만 뒤처지면 아이들은 상처받고 위축된다. 집에서 부모가 공부에 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더라도 또래와 비교하여 스스로 주눅이 든다.

요즘은 엄마들이 자녀가 어릴 때부터 한글지도를 한다. 아이가 사는 동네에 맞추어 또래 수준만큼은 한글지도를 하는 것이 좋다.

[아이 마음 읽기]좋아하는 역할놀이 함께 하면 한글 자연스럽게 배워

초등학교 2학년 민지도 전혀 한글을 모르고 학교에 들어갔고, 민지 엄마도 종수 엄마와 같은 마음이었다. 민지는 한 학기 내내 양호실을 들락거렸다. 배가 아파서 양호실을 간 것이지만 몸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만 한글을 모르는 스트레스가 배아픈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한 학기가 지나 한글을 깨치자 민지의 양호실 가는 행동은 멈추었다.

한글지도를 공부처럼 하지 않아도 된다. 놀이로 지도하면 아이도 억지로 공부한다는 느낌없이 편히 한글을 배울 수 있다. 종수 엄마처럼 불안해서 큰소리 내면서 한글을 가르치면 공부는 재미없는 것, 혼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생길 뿐이다.

다행히 종수 엄마는 태도를 바꿔 한글지도를 놀이로 바꾸었다. 세 돌 무렵에 한글을 뗀 민수의 엄마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지도를 한 성공사례다. 여행을 즐기는 부모는 기차를 좋아하는 민수와 함께 여행을 할 때 주로 기차를 이용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기차노선도를 그려 벽에 붙여놓고 역에서 아이랑 함께한 활동을 노선도에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려 넣었다. 다음에 여행을 하면 활동종류가 늘어나고 노선도도 늘어났다. 그리고 커다란 박스에 구멍을 뚫어 엄마와 차표놀이를 했다. 이 같은 기차놀이를 몇 달 하니 어느날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보이며 “엄마 이거 부산역의 ‘부’자이지”하고 관심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터득했다.

민수 엄마가 한글을 가르치려고 작정한 게 아니지만 아이의 관심사를 잘 관찰하고 자연스레 아이에게 맞는 자극을 준 결과 편안하게 한글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만화영화도 이용할 수 있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아이와 공룡놀이를 부모가 같이한다. 만 4세에서 6세 아이들은 역할놀이를 좋아하므로 부모가 아이와 공룡놀이를 해주면 아이는 매우 신나고 행복해 할 것이다.

함께 공룡영화를 보거나 공룡전이라도 다녀오면 더욱 공룡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공룡 이름들이 무척 어렵지만 공룡에 푹 빠진 아이는 그 이름들이 어렵지 않고 익숙하다. 이처럼 아이의 관심사와 발달단계에 맞추어 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내면 어느 틈에 한글을 터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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