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의 준서 엄마는 얼마 전 준서가 학원에서 너무 말을 안 듣는다는 말을 듣고 심리평가를 하는 곳에 데려갔다. 준서는 친구 두 명과 살고 가족은 없었으며 문도 없고 해가 내리쬐어 너무 뜨거운 집을 그렸다. 아이가 마음 속에서 가족의 지지를 못 받고 엄마와의 애착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그림 해석에 준서엄마는 깜짝 놀랐다.

준서는 첫 아이로 무척 힘들게 임신해 양쪽 집안에서 모두 예뻐하는 축복받은 아이였다. 동생이 태어나도 큰아이가 상처받을까봐 형만 챙기고 친가에선 아직도 준서만 예뻐하고 있었는데 준서가 부모와 불안정한 애착 상태라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준서엄마는 왜 준서가 부모 생각과 달리 느꼈을까를 생각해보니 여러가지 부모의 잘못이 떠올랐다. 첫째, 준서엄마는 고부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작년까지 시댁에 주말이면 가서 자고 왔고, 시어머니 말이 무서워 늘 긴장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아이가 귀해서 옆에 두었지만 아이와 놀아주지도 않았고, 아이가 요구하면 자꾸 미루고 조금 해주고는 그만 하자고 했다고 한다. 아빠도 별것 아닌 일로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 아이가 그 때마다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친가에 가면 아직도 친조모는 ‘우리 준서가 최고야’ 하고 떠받들어주지만 정작 부모는 준서에게 편치 않은 존재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잠시 상담했던 병모는 현재 재수를 하고 있는데 며칠째 학원을 안가고 있어 엄마가 데리고 왔다. 아이 이야기는 엄마와 달랐다. 엄마는 아이가 공부할 생각이 없다고 했고, 아이는 공부할 때는 잘 집중하기도 하는데 엄마 때문에 자극 받으면 손을 확 놔 버리게 된다고 했다. 어느 순간에 손을 놓게 되는지 물어보니 ‘내가 방에서 공부하는데 엄마가 거실에서 다른 가족하고 지내다 엄마가 언쟁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순간 맥이 빠지면서 손을 놓게 된다’고 했다. 특히 엄마 생각대로만 기어코 주장할 때가 제일 화가 난다. 나한테 엄마가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방에 가만히 있지만 그 순간은 참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엄마는 병모를 공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엄마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고 상담 중에도 계속 엄마 얘기만 한다. “네가 제 시간에 일어나서 학원에 가면 왜 이러겠니. 할 일을 안하는 그게 제일 속상하다”고.

병모는 현재의 엄마보다는 어릴 때부터 무서웠던 억압된 엄마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병모도 원래 여린 기질의 아이인데다 엄마가 기대하고 예뻐하는 아들이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진 손댈 것이 없는 아이었다. 그러나 엄마 생각과는 달리 병모는 유치원 때부터 밤에 자다가 창문에 뭐가 나타난 것 같다고 무서워서 울다 깬 적이 많았다. 처음 상담왔을 때는 방에 있어도 밖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면 아무 일도 없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병모엄마의 성격도 지나치게 소심하고 불안하고 남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쓴다. 병모는 무슨 일이 생길 때 엄마가 불안해서 노심초사하는 것을 보면 마치 엄마가 베란다에서 떨어질지도 모를 정도로 불안하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동생이 늦게 오니 아파트 복도로 나가 서성이는 엄마가 베란다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다고 한다.

준서나 병모엄마는 아이가 자신을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 몰랐다. 많은 가정이 부모 식으로 사랑을 하고 이에 대해 아이가 만족하는지 살피지 않는다. 사랑은 상호작용이다. 부모의 일방적인 사랑에선 아이가 사랑을 못 느낀다. 예를 든 두 아이는 축복받은 출발을 했지만 아이도 예민하고 여린 성격이어서 부모의 영향을 더 세게 느끼는 데다 두 부모도 일이 생길 때마다 불필요하게 신경질이나 화를 내고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해 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부모는 불안하더라도 의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