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교육단체 반대 왜?…“한자교육 필요하지만…‘병기’효과 입증 안돼 부작용 우려”

2015.08.24 23:02 입력 2015.08.25 00:53 수정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병기를 반대하는 한글·교육단체들도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자병기와 한자교육은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한자병기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기초연구도 없고, “교육현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사교육만 팽창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초등교과서에선 1970년 3월부터 한글전용 원칙에 따라 한자병기가 사라졌다. 단,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예외적으로 한자나 외국 문자를 병기할 수 있도록 했다.

한자병기 논란은 지난해 교육부가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시안’에 포함시키면서 시작됐다. 교육부는 인문사회적 소양 함양 교육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53개 한글·교육단체로 이뤄진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정인환 집행위원은 “교육당국은 한자병기의 교육적 효과와 적정 한자 수에 대한 연구논문 한 편 없이,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태도 파악 못한 채 46년간 정착돼온 한글전용을 허물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교육부가 근거로 내세우는 여론조사도 왜곡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009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진숙 연구원이 ‘초등학교의 바람직한 한자교육 방안 연구’에서 제시한 ‘학부모 89.1%, 교사 77.3% 찬성’이라는 결과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질문 항목은 한자병기가 아니라 한자교육에 찬성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초등학교에선 별도의 한자교육 시간이 없고, 교사들이 한자교수법을 배우지 않고 교단에 선 상황이다.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지난 3월 일찌감치 혼란을 우려하며 한자병기 반대 건의문을 채택한 이유다.

교육부가 한자는 시험에 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사교육 급증으로 이어지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지난 1월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의 초등학교 교사(1000명) 설문조사에서 한자병기에 대해 65.9%는 반대했고, 94.1%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늘며, 96.1%는 학생들의 한자급수시험 응시가 늘 것이라고 답했다. 한희정 교사(서울 유현초)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통계를 보면 한자 관련 자격시험 83종 중 31종이 교육부의 2015 시안 발표 후 신설됐다”며 “사교육업체는 이미 과포화상태”라고 말했다. 한글단체들은 “더욱 심각한 것은 한자병기로 인해 한글은 불완전한 것, 열등한 것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심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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