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반기지 않는 ‘만 5세 입학’…교원단체·학부모 반발 격화

2022.07.31 16:33 입력 2022.07.31 17:02 수정

지난 29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9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1살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육부의 학제개편안이 발표와 함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진보·보수를 막론한 교육 관련 단체들은 한목소리로 학제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대통령실 앞 집회를 예고했다.

대선 공약에도, 국정과제에도 없었던 정책이 느닷없이 공개돼 3년 후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에 정책 시행 초기에 자녀를 입학시켜야 하는 학부모들도 혼란에 빠졌다. 학제를 개편하려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론 반발 속에서 법이 실제 통과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한국유아교육협회,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등은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저지 범국민연대’를 지난 30일 결성했다. 우선 8월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은 “초등 조기 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과 사교육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직장을 포기하는 부모들이 많은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31일 성명을 내고 “이번 학제개편안은 어떤 토론이나 국민적 합의도 거치지 않고 날것으로 발표된 정책”이라며 “강행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와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도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유아교육계의 반발이 크다. 유치원 재학 연령은 만 3~5세이지만 3~4세 아이들은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 업계에서는 유치원 원아 중 40~50%가 만 5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공약을 미리 했다면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아이가 학제개편 첫 대상이 된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정부 시나리오대로라면 개편 1~2년차에 한 살 많은 아이들과 함께 입학하게 된 2019년 1~3월생과 2020년 1~6월생 학부모들의 충격이 크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개월 수에 따라 발달 차가 크기 때문에 부모들은 ‘연초 출산’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해 1월 출생아는 2만4909명으로 12월 출생아(1만7084명)보다 1.5배 많았다. 그런데 2019년 1~3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갑자기 과거 ‘빠른 년생’처럼 한 해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지도 모르게 됐다.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는 “어떤 방법을 써서든 입학을 유예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019년 3월생 아이를 키운다는 한 포털사이트 맘카페 회원은 “이 법 통과되면 아이 데리고 해외에 나가든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입학을 1년 유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까지 최종 시안을 마련하고 2024년까지 방안을 세울 계획이다. 뒤집어 보면 앞으로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학부모들도 많다. 2020년 10월생 아이를 키우는 A씨(35)는 “현재 시나리오대로라면 우리 아이는 만 6세에 입학할 예정인데 최종 방안은 나중에 결정한다고 하니 취학을 1~2년 앞두고 갑자기 5세 입학으로 결정될까 봐 불안하다”며 “과밀학급과 대입 경쟁률 상승 등의 문제도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다.

2025년부터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낮추려면 2024년까지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거센 여론 반발을 뚫고 법을 개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2일 열리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학제개편안을 논의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은 30년 전부터 추진했지만 조기 입학한 아이들의 부적응 등 상처만 남기고 실패한 정책”이라며 “영유아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채 졸속 추진한 학제개편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