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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무전공 선발’ 늘린다는데···그게 뭐죠?

2024.02.02 17:04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4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대학 총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무전공 선발 확대에 대해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4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대학 총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무전공 선발 확대에 대해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올해 수능을 보는 예비 고3이라면 요즘 대학가의 가장 큰 이슈, ‘무전공 선발’ 혹은 ‘전공자율선택제’ 확대에 관심이 클 것 같습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 사업은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지원하는 포괄적 방식의 일반재정지원사업’ 입니다.

이름도 설명도 복잡한데, 혁신을 잘 해낸 대학에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사립대 117곳을, 국립대학육성사업은 국립대 37곳에 지원금을 줍니다. 지원금은 먼저 재학생 수 등에 따라 대학별로 배분하고, 성과평과 결과 혁신을 잘 했다고 판단되는 대학에는 인센티브를 줍니다.

교육부는 이 인센티브를 활용해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무전공 선발을 ‘전공자율선택제’라고 표현하는데요, 전공자율선택제로 선발한 신입생이 일정 비율 이상이면 최대 10점의 가산점을 줍니다.

무전공은 입학 후 의대나 사범대 등만 빼고 대학 내 어떤 전공이든 선택하는 방법과 입학한 계열·단과대 내에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 (교육부는 유형 1·2로 표현했지만 쉽게 자유전공학부 방식, 단과대 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둘로 나뉩니다.

두 가지 방식을 합친 전공자율선택제 선발 비율이 25% 이상이고 자유전공학부 방식이 10% 이상일 경우 최대 가산점인 10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10점은 인센티브 등급(S·A·B·C 4등급으로 나뉩니다)을 1~2등급 올릴 수 있는 점수입니다.

최고 등급인 S등급과 최저 등급인 C등급 대학이 받을 수 있는 지원금 격차는 약 30억~4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10년 넘는 등록금 동결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대학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죠. 사실상 교육부가 무전공 선발 확대를 ‘강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연일 공식 석상에서 무전공 선발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미 올해 신입생을 선발할 때 무전공 신입생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주요 대학도 여럿입니다. 서울대는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 최대 400명을 대상으로 ‘열린전공’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한양대도 2025학년도 입시에서 ‘한양인터칼리지’라는 이름의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합니다.

교육부는 왜 대학의 무전공 확대를 유도하고 있을까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대학 총장들과의 대화에서 “대학이 경직적인 전공과 학과의 벽에 묶여있어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학은 학과와 전공 단위로 분절돼 있는데 4차 산업혁명 등의 영향으로 학생들에게 갈수록 ‘융합적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는 거죠.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려면 학과나 전공 간의 벽을 허물어 변화하는 산업과 사회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입니다. 학생들에게 충분한 진로탐색과 전공선택 기회를 제공해 전공과 직업이 맞지 않는 상황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요구도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가교육부의 무전공 입학생 확대 방침이 기초학문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에서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 겸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가교육부의 무전공 입학생 확대 방침이 기초학문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에서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 겸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과 직업 미스매치(부조화)를 해결하고 융합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니 좋은 방안 같은데 반발이 큽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가장 큰 우려는 학생 쏠림입니다. 시류에 따라 그때그때 인기 있는 전공에 학생들이 몰리고,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지는 인문사회·기초과학 전공에는 학생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대학가에 무전공 선발이 늘어났던 게 처음이 아니거든요.

2000년대에 대학을 다니셨다면 ‘학과’가 아닌 ‘학부’나 ‘계열’로 입학하신 분이 많을 거예요. 1990년대 후반부터 정부가 복수학과나 학부 등 광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도록 하면서 대부분 대학이 ‘공학계열’ ‘상경대학’ ‘사회과학계열’ 등으로 학생을 모집한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도록 했죠. 교육부가 지금 확대하려고 하는 무전공 선발 방식 중 단과대 방식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성적에 따라 전공을 배정받으면서 인기학과 쏠림 등의 현상이 심해지는 문제가 생기자 대학들이 규제 완화를 건의했고, 2000년대 후반부터 대학별 실정에 맞게 학생을 모집하도록 하면서 상당수 대학이 다시 학과 단위로 신입생을 뽑게 됐습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자유전공학부’가 등장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될 때 대학들이 법대를 폐지하면서 남는 정원으로 만들었죠. 하지만 상당수 대학에서 학생들이 경영·경제 등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쏠리거나 사실상 ‘로스쿨 준비반’이 되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전국에 40여 곳이던 자유전공학부는 지금 15개 대학에만 남아있습니다. 자유전공학부를 아직 운영하는 서울대 등에서도 학과 쏠림이 큰 문제가 되고 있고요. 과거 무전공 선발 실패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죠.

교육부는 인문사회과학 등 기초학문을 교양 형태로 제공하고 기초학문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정 학문을 진흥하려면 지원을 늘려야지 해당 전공을 원하지도 않는 신입생들을 보내는 것은 학과 이기주의라는 말도 나오고요.

찬반 논란으로 시끄럽지만 교육부 정책 방향이 확고한 만큼 내년에는 당장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수 수험생의 대학입시 전략뿐 아니라 대학 1학년 생활과 그 이후의 진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텐데, 실패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부작용이 덜한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무전공 선발 비율이 어떻게 될지는 오는 4월 각 대학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나오면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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