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조사 받아들고 "생리대 안전하다" 또 되풀이한 식약처

2018.12.13 17:26 입력 2018.12.13 18:26 수정

지난해 5월 월경의 날에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기업의 생리대 안전성 보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지난해 5월 월경의 날에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기업의 생리대 안전성 보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김기남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3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을 검사한 결과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식약처가 아닌 생리대 제조업체들이 주도한 검사결과까지 포함시킨 발표였다. 여성·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역학조사를 위한 예비조사를 했고 그 결과가 곧 나오는데, 업체들 주도로 이뤄진 검사결과를 가지고 선수치듯 ‘안전하다’고 단언한 식약처의 발표에 비판이 일고 있다.

식약처는 13일 시중에서 팔리는 국산 생리대 355종에 VOCs 60종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시장점유율 약 50%를 차지하는 58종에 대해서는 국내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 5개사에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의뢰해 검사했고, 나머지 50%인 297종에 대해서는 식약처가 검사를 했다. 식약처는 “검사 대상 생리대 전부에서 VOCs 검출량이 인체 위해 수준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류와 비스페놀A 등 16종의 물질에 대해서도 위해성 평가를 진행했으며 “16종 중에 디에칠헥실프탈레이트(DEHP) 등 5종이 제품에서 검출됐으나 유해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의뢰한 조사에서는 VOCs만 검사했다. 지난해 생리대 위험성 문제를 앞장서 제기한 여성환경연대의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한정된 물질의 위해성 검사조차 식약처가 전부 하지 않고 업체에게 일부 맡겼는데 정부 공식 자료로 내놓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특정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들에게 생리불순 등 건강이상이 생겼다는 주장이 나오자 두 차례에 걸쳐 인체 위해성 평가를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생리대 666종의 VOCs를 조사한 뒤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것은 종합적인 위해성 평가였는데 식약처가 VOCs 조사로만 한정시킨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번 식약처의 검사 발표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녹색당·여성환경연대·정의당 여성위원회 등은 공동으로 비판 논평을 내고 식약처의 검사 방식을 지적했다. “일부 물질의 위해도만 평가해서는 여성들이 실제로 입는 건강 피해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식약처가 VOCs와 프탈레이트 등 일부 물질의 함량과 인체영향만을 계산해 ‘안전’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생리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결과를 토대로 위해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부와 질병관리본부, 식약처는 올해 4월부터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예비조사를 실시했고 이달 안에 조사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역학조사를 진행할지가 결정된다. 지난 10월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비조사 결과 요약’을 보면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들은 생리통 증가(54.3%), 덩어리 혈 증가(44.8%), 생리양 감소(38.9%), 가려움증 증가(33.8%), 생리혈색 변화(31.3%) 같은 부작용을 호소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이 자료를 공개하며 “특정 물질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해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정확한 원인을 찾고 이를 토대로 안전관리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식약처가 이 시기에 위해평가 결과를 발표한 것은 역학조사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자료 발표는 예전부터 예정돼 있었다”라며 “업체 자율검사는 분기별로 하기로 한 것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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