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생리대 건강피해, 대규모 연구 필요” 예비조사 결과 나왔는데, 발표 안한 환경부

2018.12.20 16:54 입력 2018.12.21 13:23 수정

여성환경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가 지난 5월28일 월경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기업의 생리대 안전성 보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여성환경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가 지난 5월28일 월경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기업의 생리대 안전성 보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

지난해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생리불순 등 건강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뤄진 정부의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증상을 파악하고,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건강피해 확인을 위해서는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그런데 국민적 관심사안인 예비조사에 대해 담당부처인 환경부가 별도의 발표없이 홈페이지 구석에 자료공개만 하고 넘어가려고 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9일 ‘일회용 생리대의 건강영향 예비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난해 특정 생리대 사용 후 생리불순, 통증 등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나오고 생리대 안전성을 검사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나오자 환경부는 지난 3월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예비조사는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피해자들의 증상을 파악해서 본 연구 설계를 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실시된다. 조현희 가톨릭대 산부인과 교수 등 9명의 연구진은 생리대 건강피해를 호소하는 평균나이 29세의 여성 50명을 대상으로 지난 4~6월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 등을 해서 증상파악을 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참여자들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가장 문제가 됐던 증상으로 생리주기 변화, 생리통 발생, 생리양 변화, 가려움증 등을 들었다. 연구 참여자들의 82%(40명)가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생리양이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등의 생리양의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생리기간이 변했다는 참여자는 70%(35명)였다. 조사 참여자들은 생리 시 생리컵, 면생리대보다도 일회용 생리대를 주로 사용했으며 한 달 평균 20개 정도를 쓴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건강피해) 증상들을 확인하기 위한 독성학 및 역학적인 평가 등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비조사 후 역학조사, 생리대 추출물 독성학적 조사, 동물실험 모형을 이용한 추가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생리대 민·관 공동 협의회’ 위원장인 하은희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예비조사는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을 ‘객관화’한 것”이라며 “이 결과를 토대로 대상자 폭을 넓혀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하고 있는 생리대 위해성 평가는 제품의 위해물질을 살핀 것일 뿐이라서, 그 외에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더 들여다봐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회용생리대로 인한 건강피해를 더 연구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는데 환경부, 식약처 등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3일 식약처는 환경부의 예비조사 결과 공개를 앞두고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생리대의 VOCs는 인체 위해 수준이 아니다”라며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예비조사 결과 보고서를 메인 홈페이지가 아닌 전자자료 공개 항목에 올려뒀다.

여성환경연대의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예비조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큰 상황인데 환경부에서는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고 홈페이지에만 자료를 올려뒀다”며 “생리대가 안전하다고 한 식약처의 발표와 충돌을 빚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녹색연합 등 환경시민단체들은 20일 논평을 내고 “환경부는 일회용생리대 건강영향 본조사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식약처는 환경부 조사결과를 충실하게 반영하여 일회용 생리대 위해성 조사방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예비조사 결과는 본 연구 설계를 위해 수행된 것으로, 본 연구 착수 전에 별도의 보도자료를 낼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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