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의사들···‘패싱’ 걱정에 원격의료 반대 95%→65% ‘뚝’

2022.05.22 16:24

지난 2월 서울의 한 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자 비대면 진료를 보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2월 서울의 한 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자 비대면 진료를 보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원격의료에 대한 의사들의 반대 여론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면서 이용도·만족도가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의사단체가 원격의료에 반대하며 여러차례 총파업을 불사했지만, 이제는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제도화에 적극 참여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22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3월14~16일 협회원 95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원격의료 허용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자 찬성 34.8%, 반대 65.2%로 나타났다. 원격의료는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통화나 메신저를 사용해 의사에게 진단과 처방, 모니터링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 조사 결과는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원격의료 정책 현황과 대응방안 연구’에 실렸다.

여전히 찬성보다 반대가 높지만 의사들의 원격의료 반대 여론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연구진은 “2014년 설문조사 결과는 찬성 3.48%, 반대 95.2%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며 “여전히 반대 의견이 많지만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4년은 의협이 정부의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였던 해다.

의사들의 인식 변화엔 원격의료가 이미 ‘대세’가 된 현실을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만성질환자에 대한 전화 상담·처방을 허용하고, 확진자 재택치료를 확대하면서 원격진료 체감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관련 민간 애플리케이션(앱)이 수 십개에 이르며, 누적 이용자가 300만명을 넘은 앱도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본·중국·호주·미국·영국 등에서 원격의료 관련 규정 완화, 만족도 향상 등 공통적으로 나타난 추세도 언급했다.

원격의료 입법 과정에서 ‘패싱’ 당할 우려도 작용했다. 연구진은 의협이 원격의료를 전면 반대할 경우 “윤석열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전부터 추진했기 때문에 의협을 무시하고 원격의료를 제도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취할 수 있는 입장 중 하나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찬성’을 제시하면서, ‘의협 주도로 전용 플랫폼 개발·관리’ ‘환자 지역 내 1차 의료기관만 실시’ 등을 관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상 원격의료를 전면 수용할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실제로 의사들의 여론도 이전에 비해 타협적으로 변했다. 원격의료 반대 응답자에게 ‘원격의료를 허용하면 총파업 등 전면 투쟁이 필요하느냐’고 묻자 61.5%가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원격의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의협이 주도하면 참여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란 답이 38.3%로 가장 많았다. ‘아니다’는 35.3%, ‘잘 모르겠다’는 26.1%였다. 연구진은 “잦은 투쟁 요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이 어려워진 회원(의사)들에게 피로감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2020년 당시 개원의 집단 파업 참여율은 31.3%로 2014년 49.1%보다 낮았다. 투쟁 효과가 이전처럼 강력할지 고민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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