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이후에도 해법 안 보이는 의정 갈등···의협 “의료계 한목소리 협의체 구성할 것”

2024.04.30 16:30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이날 휴진과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이유를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이날 휴진과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이유를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이탈 이후 의료공백 사태가 70일을 넘겼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 국면은 해소되지 않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현 상황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의사들이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요구로 맞서는 동안 내년도 의대 정원 확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의대 교수들이 30일부터 일주일에 하루씩 휴진에 나서 의료공백은 더 심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했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19일 사직서를 내고 그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이날 현재 71일째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병원의 외래, 수술, 입원 환자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응급의료 대응도 취약해지고 있다. 지난 29일 기준 전국 43개 권역응급의료기관 중 ‘진료제한’ 메시지를 표출하는 의료기관은 18곳에 달한다.

특히 이날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경상국립대 소속 일부 교수들이 하루 휴진에 들어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오전 중수본 회의에서 “일부 교수 차원의 휴진이며 전면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병원은 없어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중증·응급환자 진료차질을 최소화하도록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교수들이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시작한 30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긴급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수와 전공의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서울대학교 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교수들이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시작한 30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긴급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수와 전공의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조태형 기자

각 병원에서 일부 교수들은 실제 하루 휴진을 했지만 사전 일정 조율 등으로 큰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전체적으로 휴진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원래 오늘 예약돼 있던 부분(외래나 수술)은 미리 연락을 통해서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며 “휴진으로 일부 진료량이 줄어든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예정된 진료들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진주경상국립대병원의 경우엔 의대 교수 159명 중 30~35% 가량이 자발적으로 휴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일 울산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들 교수들도 하루 휴진을 하고 실제 병원을 떠나는 교수들도 나오면 피해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영수회담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지난 29일 만난 자리에서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대통령실이 발표했다. 야당이 협력하겠다고 한 만큼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동력은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영수회담 내용을 두고 의료계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전국 32개 대학은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을 이날까지 대부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사실상 확정된다. 국립대들은 기존에 정부가 배분한 증원분에서 50%가량을 줄여 모집하기로 했지만, 사립대는 대부분 증원분을 100% 모집인원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증원 폭은 1500명대 후반∼1600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 쌍방 모두 “대화”를 촉구하지만 형식과 대화 조건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5일 출범했지만 의료계가 참여를 거부했다. 노연홍 의료개혁 위원장은 30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구조적으로 충분히 의료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정부와 특위의 노력을 신뢰해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은 정부와 일 대 일 대화 가능성만 열어뒀다. 의협 측은 다음달 1일 임현택 차기 회장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의협,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의료계가 단일 대화 창구를 만들어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원점 재검토’‘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재검토나 1년 유예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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