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철가방’ 점점 사라진다

2013.01.23 21:57

중국집 배달 ‘최악 조건’ 기피

“짱개라 깔보는 시선도 싫어”

인건비 계속 올라 포기 속출

철가방을 들고 “짜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는 낯익은 중국집 배달원의 모습을 앞으로는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다른 업종의 배달보다 상대적으로 고돼 중국집에서 피자집이나 치킨집으로 옮기는 배달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서 인건비에 부담을 느껴 배달을 포기하는 중국집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10년 동안 중국집을 운영해 온 원모씨(38)는 23일 “최근 몇 달 새 배달원을 4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에 따른 손익을 따져보니 굳이 배달 서비스를 고집할 이유가 없겠더라”며 “지금 가게는 테이블이 얼마 없어 배달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홀이 넓은 곳으로 옮기게 되면 배달을 아예 안 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원씨 가게의 배달원 월급은 240만원 정도다. 여기에 오토바이 기름값과 수리비, 보험료까지 더하면 배달원 한 명당 비용이 월 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짜장면 ‘철가방’ 점점 사라진다

중국집 배달원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기 화성시에서 중국집을 하는 이모씨(44)는 “얼마 전에도 ‘너무 추워서 일을 못하겠다’며 배달원 한 명이 그만뒀다”며 “일년 내내 배달원 모집 구인광고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년 사이 이 일대에서 배달을 없앤 중국집이 5군데나 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15년째 중국집을 운영하는 장모씨(54)는 4년 전 배달 서비스를 없앴다. 그는 “주변에 사무실 빌딩이 많아 배달 수요가 많긴 하지만, 인건비를 생각하면 수지가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과거에 수금한 음식값과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배달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배달원 구하기가 힘들어진 것은 중국집 배달 환경이 워낙 열악한 데다 세간의 인식도 나쁘기 때문이다. 중국집은 배달업계에서도 기피대상 1순위다.

배달경력 12년차인 노모씨(31)는 “중국집은 음식을 배달하고 빈그릇을 반드시 찾아와야 하다 보니 하루 종일 밖에만 있어야 한다”며 “‘짱개’나 ‘철가방’이라면서 깔보는 시선도 싫다”고 말했다. 노씨는 현재 중국집보다 월급이 50만원 적은 피자집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이제 중국집 배달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안 한다”며 손을 내저었다.

유흥모 한국중식요리협회 부회장은 “배달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보니 급여를 많이 줘야 하고, 이는 인건비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중국집들이 차츰 배달을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중국집 사장은 “홀이 작은 영세한 중국집일수록 배달 의존도가 높은데 우리 같은 작은 가게는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중국집에서 시작된 한국의 배달문화가 이젠 중국집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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