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자살을 해요, 막 울면서”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2012.06.17 22:04 입력 2012.06.18 00:21 수정

(1) 죽음의 유혹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 8가지 ‘구조신호’

① 죽음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

“남편은 소파에 있고 나는 안방에 있었는데 내내 울다가 어느 순간 보니까 내가 옷장에서 남편 넥타이를 꺼내서 묶고 안방 쓰레기통을 뒤집어서 그 위에 올라가 목을 매고 있더라고요. 조금만 늦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죠.”(배우자 ㄱ씨·35)

“아까 ○○이가 자살하려고 시도해 봤다는 얘길 들으니까 솔직히 놀랐어요. 파업 동안 계속 가까이에서 지냈던 동생이거든요. 그 전에 여러 명이 죽었지만 다 가까이서 본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 충격의 실감이 덜했는데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해고자 ㄴ씨·40)

<b>쌍용차 ‘함께 걷기’</b>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와 경향신문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연 ‘6·16 희망과 연대의 날. 함께 걷자, 함께 살자, 함께 웃자’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쌍용차 ‘함께 걷기’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와 경향신문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연 ‘6·16 희망과 연대의 날. 함께 걷자, 함께 살자, 함께 웃자’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8층 베란다가 어느 순간부터 높이감도 별로 없는 거 같고 이렇게 봐도 죽을 거 같지 않고. 이 8층이라는 높이감이 예전보다는 확 줄어든 거죠. 아래를 내려다보며 내가 여기서 뛰어내리면 날 걸러줄 나무도 없네… 이런 생각도 들고.”(해고자 ㄷ씨·35)

“특히 술 먹으면 그래요. 지난번에 한번 술 먹고 몸에 휘발유랑 다 부은 적이 있어요.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고…. 추하지 않게 죽는 게 어떤 건가, 내가 목을 매서 죽는 건 정말 싫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누군가 내가 죽은 뒤의 모습을 봤을 때 그래도 죽은 뒤에 추하지 않을 방법이 뭘까라는 생각을 이렇게 하거든요. 그래서 연탄가스를 생각했어요.”(해고자 ㄹ씨·43)

“아침에 눈 뜨고 막 채비를 하는데 사람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가슴이 철렁하더라고요. 내 남편일 수도 있겠구나 싶으니까. 누가 떨어졌지? 확인하러 인터넷에 들어가 보고 전화하고 확인을 한 후에 안도가 되는 거예요. 내 남편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러면 안되는데…. 그래서 그분한테 되게 미안했어요. 그래서 그분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얘길 듣고 그 병원으로 갔어요. 병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병원에 그러고 있었어요. 그냥.”(배우자 ㅁ씨·40)

“어느 날 자다가 꿈을 꿨는데 꿈에서 제가 자살을 하는 거예요. 그게 꿈인데 제가 우는 거예요. 자면서.”(배우자 ㅂ씨·40)

77일간의 옥쇄 파업 끝에 막을 내린 쌍용자동차 사태가 꼬박 3년이 흘렀다. 쌍용차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정리해고의 후유증은 해고자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의 삶을 무섭게 뒤쫓고 있다.

정신건강 컨설팅기업 마인드프리즘의 정혜신 대표(정신과 전문의·49)는 지난해 1년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배우자 60여명을 상담했다.

이 중 해고자 8명과 배우자 6명이 참여한 1차 상담내용의 녹취를 풀어 ‘숨결보고서’를 만들었다.

숨결보고서엔 이들이 전하는 8가지 ‘구조신호(HELP ME SIGN)’가 담겨 있다.

정 대표는 “헬프미사인은 위급하고 절박한, 혼자 힘으로 버틸 수 없는 벼랑 끝으로 그가 몰렸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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