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시간 1시간 늘려 10만원 덜 주기, 아파트 경비원 월급 깎는 흔한 방법”

2014.12.08 21:38 입력 2014.12.08 21:59 수정
박철응 기자

쉴 때도 전화·택배 받아야… 노동부 “내년 상반기 실태조사”

“휴게시간 늘리기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월급을 깎는 가장 흔하고 합법적인 방법이죠. 많이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휴게시설을 갖춘 데가 거의 없어 휴게시간에도 전화 받고 택배 다 받아야 해요. 휴게시간에 공원에라도 다녀오고 싶어도 용역회사에서 싫어해서 못해요.”

서울 잠실지역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ㄱ씨의 말이다. 그는 “휴게시간을 1시간 늘리면 월급이 10만원 이상 깎인다”며 “일반적인 형태인 24시간 맞교대 근무에서 휴게시간을 9시간까지 늘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노동자 ㄴ씨는 “초소에서 휴게시간을 대부분 보냈다고 퇴직 후 노동청에 고소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100%가 적용되는 경비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우려가 커지면서 휴게시간 늘리기를 통해 임금을 동결하는 ‘꼼수’도 잇따르고 있다.

무급인 휴게시간을 늘리면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인상분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비노동자들의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근무와 비근무의 구분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 9월 실시한 경비노동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경비실 외 별도 휴게시설이 없다’는 응답이 70.5%였고, ‘휴게시간 중 관리자가 순찰 등 업무를 강요한다’는 응답도 55%에 이르렀다.

‘쉬고 있으면 주민 불만이 커서 제대로 못 쉰다’는 답변은 69.9%였고, ‘쉬고 있는데 택배나 방문객이 찾아와 잠을 깨운다’는 응답은 84.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10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는 ‘6시간의 휴게시간 중 1시간은 무급으로 순찰을 돌아야 하고 순찰 후 경비실에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동대표의 불호령이 떨어졌다’는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2011년 말 최저임금 80%에서 90% 적용으로 올릴 때도 휴게시간 늘리기가 빈번했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름은 경비원이지만 하는 일을 보면 감시적 근로자로 보기 어렵고 24시간 맞교대 자체가 근로기준법 위반인데도 정부 당국이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휴게시간 늘리기로 임금은 하나도 인상되지 않는 문제점을 알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인 실태조사와 감독을 통해 근무와 휴게시간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는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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