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 다시 찾아보는 ‘노동’과 ‘근로’의 차이

2017.05.01 15:34 입력 2017.05.01 17:24 수정

국립국어원은 2014년 4월 말 트위터에 “5월1일은 근로자의 날로, 트위터를 통한 국어생활종합상담 업무를 하지 않으니 이용에 차질 없으시기를 바란다”고 공지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노동자의 날로 바꾸어달라”고 요청하자 국립국어원은 “‘노동절’은 1963년 ‘근로자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또한 ‘노동자’는 ‘근로자’로 다듬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국립국어원은 “담당자가 착각해 잘못 답변하면서 혼란을 끼쳤다”며 “‘노동자’와 ‘근로자’는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정정했다.

1996년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노동절 기념집회’를 열고 있는 노동자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6년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노동절 기념집회’를 열고 있는 노동자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동’과 ‘근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으로 설명돼 있다. 노동이 노동자의 능동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근로는 부지런함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학술적으로 두 용어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과거 정권은 의도적으로 ‘노동’이란 용어를 배제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자의 날’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3년 5월1일 시작된 노동절 행사는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57년 대한노총(한국노총의 전신)의 창립기념일인 3월10일로 날짜가 바뀌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메이데이는 공산 괴뢰도당이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니 반공하는 우리 노동자들이 경축할 수 있는 참된 명절이 제정되도록 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1963년 노동절이라는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꿨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문민정부 시기인 1994년, 노동절은 5월1일을 되찾았으나 여전히 명칭은 근로자의 날 그대로였다.

법률 용어에서도 ‘노동’을 지우려는 흐름이 진행돼왔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은 오랜 기간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노동3권’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199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보충의견으로 근로3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헌재도 1990년 제3자 개입금지조항 위헌사건 결정까지는 노동3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그 이후부턴 근로3권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노동절인 1일 “노동 존중의 정신이 헌법에서부터 구현돼야 한다”면서 “조문 전체에서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날 서울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이 포함된 ‘노동헌장’을 발표했다. 심 후보는 우선 “헌법이 노동의 가치가 분명하게 확인되도록 개정돼야 한다”며 “노동권을 다루는 헌법 제32조와 33조 등은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 헌법적 가치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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