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재 참변…‘본사 대표 책임’ 줄다리기

2021.05.09 21:03 입력 2021.05.09 21:11 수정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 앞두고도 팽팽한 노사

‘경영책임자 누구’ 핵심 쟁점
중대 범위·원청 책임도 이견
노동부, 이르면 이달 입법예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노사가 세부사항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경영책임자 처벌 범위 등 중대재해법의 실효성과 직결된 핵심 규정이 시행령에 담길 터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이르면 이달 중 확정해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9일 “곧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는 것으로 준비 중”이라며 “상반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므로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 시행 전에 최대한 빨리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현장이 준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된다.

가장 큰 쟁점은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만 규정할 뿐 구체적인 범위는 명시하지 않았다.

경영계는 본사 대표이사의 무한책임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달 법무부와 노동부 등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도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시행령에 규정” “(안전보건 담당자가 있을 경우) 그 권한과 책임의 범위 내에서 대표이사(사업대표)의 책임이 면해지도록 규정 마련” 등을 요구했다. 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보건책임자만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은 대표이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산재 사망은 기업의 구조적, 조직적 범죄’라는 법 제정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대표이사 면책조항을 둘 경우 중대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실무자만 처벌하는 ‘꼬리 자르기식 처벌’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사는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을 어떤 수위로 규정할지를 놓고도 맞서 있다. 경영계는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관련한 인력·예산 계획 수립 등 이행 여부를 연 1회 이상 보고받는 정도면 족하다고 본다. 노동계는 사업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현장 점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의 범위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경영계는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은 중대재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질병은 업무 외 개인적 요인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오랜 시간 사업장의 유해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병하는 질병과 과로사 등도 중대재해의 범위에 속한다고 본다. 과로에 따른 사망자가 연간 수백명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를 제외하면 법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청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 범위도 주요 쟁점이다. 경영계는 산안법을 참고해 원청의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노동계는 용역, 하청 노동자를 포함해 하도급 업체와 위탁계약 등을 맺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등까지 원청이 책임을 지고 안전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법 취지를 살리는 시행령 제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영계에서 우려하고 주장하는 부분을 알고 있다”면서도 “법 제정 취지를 봤을 때는 (경영계의 주장이) 부합하지 않는 게 있다. 법 제정 취지에 맞게 중대재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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