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 ‘감염 취약’ 직원 휴게공간 개선하랬더니 ‘폐쇄’

2021.07.27 21:33 입력 2021.07.27 21:34 수정

시설 개선 소극…직원들 쉴 공간 잃는 등 근무 여건 나빠져

대형 백화점들이 코로나19 감염 취약지대로 지목받는 직원 휴게공간을 개선하기보다 폐쇄하고 있다. 평소 면적이 좁고 환기가 되지 않아 은어로 ‘후방 공간’이라 불리는 이곳마저 폐쇄돼 직원들은 최소한의 쉴 공간마저 잃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대형백화점에서 일하는 A씨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근무 여건이 더 나빠졌다. 휴게공간이 폐쇄되는 바람에 비상용 계단이나 라커룸(경의실) 바닥에 박스를 깔고 앉아 쉬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27일 기자와 통화하며 “기존의 휴게공간도 직원들이 내부에 쌓인 짐들을 치워 만든 것으로, 꽉 채워 10여명 들어갈 정도로 협소했다”며 “백화점 측이 시설 개선은 하지 않고 오히려 공간을 폐쇄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근 백화점 직원 B씨는 “처음에 후방 공간을 폐쇄했다가 직원들이 계단에 몰려나와서 쉬자 다시 개방했는데, 공간이 4평 남짓으로 작고 환기도 안 돼 아예 이용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인 대전지역의 한 백화점에 근무하는 C씨는 “대책도 없이 휴게공간을 다 폐쇄해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쉬는 분들이 있을 정도”라며 “백화점에 확진자가 다녀가도 쉬쉬하는 분위기여서 정작 직원들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특히 지하 식품관 창고와 라커룸 등이 집단감염 통로로 지목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이 외부에 알려졌다. 그러자 이 백화점 휴게공간은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시설을 개선했고, 백화점 안에 QR코드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이동동선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다른 백화점들은 여전히 시설 개선에 소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마다 다르겠지만 휴게공간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관리자가 수시로 방역상황을 챙기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며 “장기적으로 휴게공간을 어떤 식으로 개선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유통업의 후방 공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어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적정하게 쉴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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