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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카르텔’ 감사 계기였던 ‘나이롱 환자’, 부정수급 아니었다

2024.03.05 13:45 입력 2024.03.05 17:08 수정

언론보도 내용 고용부 확인 결과 드러나

정부가 부정수급이 아닌 사례를 토대로

무리한 감사를 밀어붙였다는 지적 나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노동부 제공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노동부 제공

‘산재 카르텔’ 감사 계기가 된 언론 보도에 등장한 이른바 ‘나이롱 환자’들이 부정수급자가 아닌 것으로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 확인됐다. 정부가 부정수급이 아닌 사례를 토대로 무리하게 감사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는 문제제기에 따른 진상 파악 과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강은미 녹색정의당 의원이 5일 노동부로부터 받은 ‘산재보험 특정감사 결과’ 자료를 보면, 노동부는 “언론에 보도된 산재요양환자 3명의 경우 조사 결과 부정수급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2명은 요양 종결, 1명은 요양 종결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0월26일 <산재보험금 6억 타낸 ‘사지장애 환자’, 담배 떨어지자 휠체어서 ‘벌떡’>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나이롱 환자’, 과잉 진료를 받아온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등 3명의 사례를 보도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날 국정감사에서 이들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노동부에 “대대적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노동부는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국정감사 및 관련 언론보도 등에서 지적된 일명 근로복지공단 산재 카르텔 문제 등과 관련해 특정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감사에 착수한 노동부는 486건(약 113억원)의 부정수급을 적발했다. 하지만 486건 중에는 보도에 포함된 3명의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다.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지난해 11월 대통령실까지 나서 ‘전 정부의 고의적 방기로 조 단위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했지만 감사 착수의 시발점이 된 사례들은 결국 부정수급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민의힘·보수언론의 ‘도덕적 해이’ 프레임에 부화뇌동한 감사”라고 말했다.

감사기간 중 근로복지공단이 소속병원 장기요양환자 중 진폐·직업성 암 등을 제외한 2048명을 전수조사해 587명(28.7%)의 요양을 종결시켰다는 점도 확인됐다. 569명에 대해선 2차 재심사가 진행 중이다. 노동부는 “그간 적절한 통제 없이 진료계획서를 연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노동계에선 이번 감사 여파로 요양이 계속 필요한 환자들이 요양종결 대상에 포함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 149.2일이었던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이 지난해 214.5일로 늘어난 것도 이번 감사 대상이었다. 노동부는 처리기간 단축을 위해 집중처리기간 운영, 인력운영 개선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4년 이후 간병비 지급 기준금액 동결로 산재 노동자가 적정 간병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달 20일 감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 쟁점들은 짧게만 언급했다. 강은미 의원은 “정부가 ‘산재 카르텔’ 여론몰이 이후 부정수급 사례를 부각시키려다보니 정작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쟁점은 브리핑에서 소홀히 다룬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후적으로 (기사에 나온 3명이) 못 받을 걸 받은 건 아니라고 확인됐지만 애초 국정감사와 언론에서 나온 문제제기를 그냥 방기할 순 없지 않나. 진상 파악을 위한 확인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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