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판매대행법도 없이 종편 개국

2011.11.30 22:50

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로 결국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종편 4개사가 선정된 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판매대행사 입법을 논의했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당의 핵심 쟁점은 종편이 광고 판매를 대행사에 위탁하도록 법률로 강제할 것인지 여부다. 한나라당은 종편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판매대행사법의 규제를 받아선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 판매대행 독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국회에 대체 입법을 권고했다. 판매대행사에 관한 법률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은 국회가 아무 행위도 하지 않으면 저절로 이뤄진다. 한나라당은 법안 처리를 최대한 미루며 시간을 끌어왔다.

<b>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 제정 촉구</b>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사옥에 30일 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 제정 촉구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사옥에 30일 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방송광고공사는 방송사와 광고주가 광고를 매개로 직접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는 순기능을 해왔다. 광고주가 광고를 무기 삼아 방송사를 협박하거나, 방송사가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하지 않는 대가로 광고를 뜯어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러나 방송사가 직접 영업을 하면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직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는 광고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행태이자 편성·제작·보도는 광고 영업과 분리돼야 한다는 저널리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국회가 판매대행사법 제정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지상파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는 지난 10월 말 자사 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 크리에이트’를 설립했다. SBS가 직접 영업에 뛰어들면서 MBC도 관련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판매대행사 설립을 연구, 검토하고 있다. 1년 광고 매출액이 5800억~8200억원 규모인 지상파까지 직접 영업을 시작하면 광고시장은 무한 경쟁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판매대행사 입법 지연의 피해는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지역 민영방송, 종교방송 등 중소방송사와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에 돌아간다. 신문의 경우 광고시장 점유율이 1998년 38.7%에서 2010년 19.5%로 줄어드는 추세이고, 법적인 지원 장치마저 미비해 광고 경쟁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종교방송협의회 박원식 간사(불교방송 보도국장)는 “종편의 직접 영업은 광고시장에 과당 경쟁을 초래하고 이는 시청률 경쟁과 프로그램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종편을 판매대행사에 위탁하도록 하루속히 법률로 의무화하고 중소 언론에 대한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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