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사장 최종 후보에 양승동 PD

2018.02.26 18:25 입력 2018.02.26 19:06 수정

KBS 새 사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양승동 KBS PD.

KBS 새 사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양승동 KBS PD.

‘KBS 정상화’를 이끌 KBS 새 사장 후보로 양승동 KBS PD(57)가 최종 선정됐다. 한국 공영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이사회와 시민이 함께 뽑은 사장 후보다.

KBS 이사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양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등 사장후보 3명을 잇따라 면접하고 표결을 거쳐 양 PD를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시민자문단 평가(40%)와 이사회 평가(60%)를 합산한 결과다. 이사회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임기는 지난달 22일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11월 23일까지다.

양 후보는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한 현직으로 최근까지 제작 일선을 지켰다. 1989년 KBS에 입사해 한국PD연합회장, KBS 부산총국 편성제작국장을 지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의 전신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을 조직하고 공동대표를 지냈다. 같은해 정연주 전 사장 강제 해임 반대투쟁에 앞장서다가 2009년 파면 처분을 받기까지 했다. 이후 재심을 거쳐 정직 4개월로 징계 수위가 조정됐다. ‘KBS스페셜’ ‘역사스페셜’ ‘명견만리’ ‘세계는 지금’ ‘추적60분’ 등 KBS 대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힘쓰다 징계를 받았다는 점에서 2012년 방송 총파업 이후 해직됐다 사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MBC 사장과 닮았다.

양 후보는 방송을 장악하려는 권력과 대항해 싸워온 이력을 강조해왔다. 지난 24일 정책발표회에서 2009년 파면을 통보받은 서류를 화면에 띄우고 “방송을 천직으로 여겼던 평범한 PD였지만 정 전 사장이 불법·폭압적으로 해임된 이후 공영방송의 철학과 비전이 삶의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 공영방송 KBS가 가져야 할 철학과 비전”이라며 “사회적 공론장 역할을 통해 건강한 민주주의가 작동하도록 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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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되면 가장 먼저 KBS가 정치·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함을 의미하는 ‘KBS 독립 선언’을 하겠다고 했다. 구성원 동의를 얻어 보도·시사제작국장을 임명하고 방송제작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편성위원회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탐사보도를 강화하고 전문기자를 양성할 것, 비정규직 관행을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노사 공동이 참여하는 KBS 정상화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제작자율성 탄압과 인사전횡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양 후보는 “엄정한 원칙과 기준으로 지난 10년간의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 사규와 법률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그래야 조직이 새출발하고 통합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모바일 분야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고, 대안언론이 KBS 플랫폼 안에서 방송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의 뉴미디어 공약도 내놨다.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데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MBC 새 사장 선출 과정에서는 시민들이 정책설명회에 참여해 의견을 냈을 뿐 사장을 뽑은 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였다. 앞서 KBS 이사회는 지난 20일 신임 사장 지원자 13명 가운데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했다.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별·지역·나이 등을 고려한 시민자문단을 꾸렸다. 총 16개조 142명의 시민자문단은 지난 24일 정책발표회에서 후보자의 발표와 질의응답, 토론을 토대로 숙의를 거쳐 4가지 항목에 대해 각각 5점 만점으로 평가를 내렸다. 평가 항목은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과 비전, KBS 정상화 방안, KBS 미래 전략, 시청자 권익 확대 방안이다. 숙의는 신고리 공론화위에 참여했던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진행했다. 발표회는 KBS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중계됐다.

최종면접이 있는 26일 임시이사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사회는 정보공개법과 이사회 규칙에 따라 “인사 관리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를 결정했다. 사장 선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시민을 참여토록 했지만 최종면접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고 전 사장 해임을 반대한 자유한국당이 청문회 일정을 조율하는 데 협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취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BS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사회가 양승동 후보를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한 것은 새로운 KBS를 건설하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열의를 반영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빨리 사내의 환부를 도려내고 새 KBS 건설을 위한 재건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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