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게이트

법원 영장기각 “학력위조 실형선고 사안 아니다”

2007.09.18 22:57

법원이 신정아씨 영장을 기각한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혐의는 인정되지만 구속할 만한 죄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기각 결정은 검찰의 수사편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별건 구속’에 대해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씨 사건에 쏠린 관심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영장을 기각한 것은 다른 고려요소를 배제한, 다소 원칙주의적인 결정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신정아 게이트] 법원 영장기각  “학력위조 실형선고 사안 아니다”

◇구속할 정도 아니다=법원은 통상 영장발부 요건 중 하나인 도주 우려를 판단할 때 해당 사건이 실형이 선고될 만한 사안인지를 본다. 실형 등 무거운 형이 예상될 경우 피의자가 도망갈 염려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부지법 김정중 영장전담 판사는 “사문서 위조 및 업무방해 등에 대한 형사 처벌의 양형 기준이 명확지 않아 현재로선 이 사건 혐의 내용이 유죄로 인정돼도 실형에 처할 사안이라고 단정키 어렵다”고 말했다. 본안 재판을 고려해 단정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사실상 실형을 내릴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력위조 사건으로 기소된 김옥랑 전 단국대 교수에 대해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김전교수 역시 사태가 불거지자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돌아온 전력이 있다. 김씨와 비교해봐도 같은 학력위조 사건을 두고 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신정아 게이트] 법원 영장기각  “학력위조 실형선고 사안 아니다”

미국으로 출국했던 전력에 대해서는 “의혹이 제기된 후 출국하기는 했지만 수사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이 사건 혐의 때문에 도망쳤다고 보기 어렵고 수사를 받기 위해 자진귀국한 점을 볼 때 도주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또 검찰이 학력위조 관련 증거를 모두 확보한 상태여서 추가로 증거를 인멸할 여지는 없다고 봤다. 검찰이 조사를 통해 동국대 교수 임용 관련, 이화여대·중앙대 등 시간강사 임용 관련,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 관련 관계자들의 진술을 모두 확보했고 물증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증거도 충분해 변전실장과 입을 맞출 염려가 있다는 등은 학력위조 관련 증거 인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별건 구속은 안돼=법원의 기각사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 사건 영장 청구 혐의 내용에 적시되지 않은 혐의 사실에 관한 구속요건의 유무는 관련 혐의가 추가되면 그때 판단할 문제”라고 적시한 부분이다.

이는 별건 구속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별건 구속이란 ‘A’라는 범죄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면서 ‘B’라는 범죄를 밝히기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하는 경우다. 별건 구속은 그간 검찰의 수사 관행으로 묵인된 경향이 없지 않았으나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영장을 둘러싼 법·검 갈등을 계기로 별건 구속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법원과 검찰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구속영장을 두고 ‘별건 구속’ 공방을 벌이며 서로 날을 세운 바 있다.

검찰은 이번에 신씨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면서 혐의를 사문서 위조 등 학력위조 부분에만 한정했다. 횡령 등 추가 혐의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참고자료로 제출했을 뿐 영장 범죄사실에 넣지 않았다.

검찰은 변전실장 외압 의혹과 관련, 변씨와 신씨가 나란히 같은 날에 검찰에 출두하고 변호사를 함께 선임해 공동대응하는 등 입을 맞출 우려가 많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원은 영장에 공식적으로 넣지 않은 부분을 놓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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