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에 만든 ‘동성애 카페’, 3일만에…

2012.06.07 10:36 입력 박용하 기자

국내 최대규모의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최근 동성애자들의 카페가 개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회 측은 이를 사흘만에 폐쇄, 반발이 일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인터넷 커뮤니티(http://cafe.fgtv.com)에는 지난 1일 ‘하나님을 섬기는 동성애자 모임’이란 이름의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를 개설한 네티즌은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로 알려진 이계덕씨(26)다. 그는 “기독교의 하나님이 성 소수자를 포함한 만인을 사랑하며, 하나님을 믿는 동성애자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이같은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기독교인이며 한때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지역 성전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페는 개설된지 사흘만인 지난 3일 별다른 통보없이 폐쇄됐다. 이씨는 폐쇄 이유를 묻기 위해 교회 홈페이지에 글을 쓰려했으나, 글쓰기 권한도 박탈당한 상태였다. 이씨는 “기독교 신자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카페를 단지 ‘동성애자들의 모임’이라는 이유만으로 폐쇄한 것은 하나님을 믿는 동성애자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라며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차별 행위”라고 주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개설된 동성애자 카페의 모습(개설 당시)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6일 이번 조치에 대해 “억누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성경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우리 교회에선 이런 카페를 허용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양해없이 일단 만들어놓고 우리가 내렸다고 항의하는데 우리는 사회단체가 아니다”라며 “애초 우리와 협의하고 카페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카페를 개설한 이씨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많은 동성애자들이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고 예배를 드리는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모임을 구축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교회 일각에서 동성애자를 배척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교회를 다니는 동성애자들은 큰 상처를 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하나님은 동성애자도 사랑하실 거라고 믿는다”라며 “성 소수자란 이유로 교회로부터 배척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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