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번개탄 자살’ 왜 많나 했더니…

2014.03.05 14:00 입력 권순재 기자

번개탄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은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에 대한 전반적 고찰과 예방 대책>이라는 논문에서 “2008년부터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번개탄 자살에 대한 공식적 통계는 없지만 가스 중독사 상당수가 번개탄 등에 의한 자살이라는 게 학계의 추정이다.

홍 교수는 “2007년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자 수는 87명으로 전체 자살의 0.7%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1254명으로 전체 자살의 7.9%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번개탄 자살은 자살방법 중 질식사, 음독자살, 투신자살에 이어 네 번째로 흔한 것으로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제공

전문가들은 번개탄 이용 자살 증가 이유로 유명인의 사례를 보고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꼽는다.

심세훈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개탄 자살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유명인을 모방하는 영향도 크다고 본다”며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이 자살한 유명인의 사례를 보고 ‘번개탄으로 자살을 시도하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번개탄의 수월한 접근성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미국 사례를 보면 총기를 이용한 자살자 대부분은 집에서 총을 보관하고 있었다”며 “한국의 경우 농촌에서는 음독, 도시에서는 추락이나 일산화탄소 중독 등이 주요한 자살방법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자살을 결심한 상당수는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번개탄 자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성 제한 및 품질개선, 언론의 자살방법 보도 지침 준수 등에 대한 의견이 나온다.

홍 교수는 “번개탄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홍콩에서 번개탄을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없애고 구입하는데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하는 등 접근성을 제한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4.3명에서 2.0명으로 53.5%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에 유통되는 번개탄 연소 실험 결과 번개탄 1개의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수치가 실내 허용 기준보다 최고 3∼4배까지 높았다”며 “번개탄을 완전 연소할 수 있게 재질을 개선해 치명도를 떨어트리면 자살 성공률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또 “대중매체가 반복적으로 번개탄 자살에 대해 보도하는 경우 그 방법이 고통 없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언론이 자살방법에 대한 보도의 부정적 파급 효과를 경계하고 책임감 있는 보도를 통해 잠재적으로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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