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③-⑴소비되는 청년]청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청년팔이는 이제 그만”

2016.01.15 22:25 입력 2016.02.02 18:33 수정

청년이 과소비되는 시대

정작 청년실업 고통 심화

“아프면 환자라니까” 울분

30만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키워드 ‘청년’을 치면 나오는, 2015년에 작성된 기사 숫자다. 하루에 822개씩, 1시간에 34개씩 쏟아진 셈이다. ‘헬조선’이라고 검색해도 3100여건의 기사가 이어진다. 대개는 ‘청년이 힘들다’는 글과 통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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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청년들에게 한국 사회는 ‘청알못(청년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느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알못’에 청년이 붙기 시작했다. 답도 주지 않으면서 ‘청년팔이’를 하지 말라는 울분이다. 김하영씨(31)는 “청년을 볼모로 잡고 자기들 하고 싶은 것만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청년이란 단어가 상품처럼 ‘소비’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청년 알바 체험을 하고, 토크콘서트나 사랑방 대화를 열고 있다. 하지만 필요할 때 불렀던 청년은 돌아서면 잊고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청년들이 위험한 도전을 피하는 게 아닌가 싶다”(이명박 전 대통령),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박근혜 대통령) 같은 대통령들의 말엔 청년들의 독한 패러디가 줄을 이었다. “일자리 창출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밝힌 롯데그룹에선 그만두는 청년 알바생에게 법정 퇴직금을 주며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카피를 앞세웠던 두산그룹은 20대 청년에게도 희망퇴직의 칼을 겨눴다. ‘청년’이란 단어를 그룹 이미지에 포장했던 기업의 갑질이었다. 청년들을 ‘○○세대’라고 명명하기 좋아하는 언론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청년의 절반을 차지하는 고졸·전문대졸 사람들은 홀대받고 있다.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에서 35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코미디언 겸 작가 유병재씨가 TV 프로그램에서 “아프면 환자지”로 패러디했다. 한때 ‘멘토’의 위로와 힐링으로 들렸던 말이 현실을 뒤틀고 감추는 단어가 됐다는 항의였다. 구체적 대안과 출구 없이 온 나라가 청년을 과소비하는 사이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9.2%로 악화돼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청년을 불러내고 소비하는 사람이 늘지만 청년의 삶은 나빠졌고, 반복된 청년팔이에 청년들은 지쳤다. 지난 13일 “노동개혁은 사실 청년들을 위한 것”이라고 대국민담화를 한 박 대통령에게, 다음날 청년단체들이 청와대 앞에서 “청년팔이”라고 반박한 게 상징적이다. 정영무씨(27)는 “노동개혁으로 청년을 위해 마치 엄청난 걸 하는 것같이 말하는데 속살을 보면 해고만 쉬워지고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거 아닌가. 요즘 대기업에서 20대도 명예퇴직시키는데…”라고 말했다. 거리감을 토로하는 그의 맺음말은 “청알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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