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어떻게 한국 공군을 제압하고 제2롯데월드를 세웠나

2016.06.15 07:08 입력 2016.06.16 15:27 수정

검찰이 전방위적으로 롯데그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 규모나 파장을 고려하면 롯데그룹은 물론 정·관계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우여곡절 끝에 받아낸 ‘제2롯데월드 승인’ 과정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는 1988년 부지를 매입한 이후 21년이 지난 2009년에야 제2롯데월드 승인을 받았습니다. 국방부와 건설교통부의 반대로 몇번이나 건립계획이 부결됐지만, 결국 제2롯데월드를 102층짜리 초고층건물로 세우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를 반대한 공군참모총장이 잘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2016년 6월10일 촬영한 제2롯데월드 모습/박민규기자

2016년 6월10일 촬영한 제2롯데월드 모습/박민규기자

■‘제2롯데월드’, 논란의 시작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한국에 세계적인 랜드마크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목적으로 1988년 1월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 8만7603.7㎡(2만6500평)을 서울시로부터 사들입니다.

이어 1994년 5월 서울시에 송파구 비행안전구역 바깥에 초고층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지를 질의합니다. 서울시는 공군에 의견을 물어 “비행안전구역 밖의 부지는 군용항공기지법상 해당사항이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이에 롯데 측은 1995년 11월 현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부지에 최고 100층 높이 402m의 건물 설계안을 송파구에 제출합니다.

공군은 서울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시 시계확보가 어렵다며 반대합니다. 여론 역시 교통난을 우려해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듬해인 1996년 송파구는 공군과 협의, 비행안전구역 인접지역에는 해발 164.5m까지 건축할 수 있다고 답변했고, 롯데는 98년 5월 최고 36층 143m란 ‘소박한’ 높이로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롯데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신격호 회장이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방침을 다시 세우면서 2004년 10월 지상 112층 555m 높이의 현 초고층빌딩 건축안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송파구에 다시 제출합니다. 이후 과정을 당시 기사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006년 2월20일: 공군 “제2롯데월드 비행안전 위협” 반대

공군본부 최차규 전력기획처장은 2006년 2월20일 브리핑을 통해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예정지는 항공기의 계기접근 보호구역(고도 203m·계기비행으로 항공기가 접근하는 경우를 고려한 안전고도 )에 포함돼 자칫 불의의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항공기의 계기 비행은 지상 279m 이상의 상공을 나는 항공기가 악천후로 육안 조종이 불가능할 때 조종사가 조종석의 각종 계기판에 의존해 비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항공기 결함 등 비상상황에서의 운항시 충돌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공군은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신청할 경우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계기비행 보호구역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도 추진하는 등 강력 대처한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이 시장은 2005년 9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신축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밝혀 건축 허가방침을 시사했습니다. 이어 서울시는 2005년 11월 제2롯데월드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를 조건부로 통과시켰습니다.

공군 “제2롯데월드 비행안전 위협” 반대

■2006년 2월22일: 공군 반대 무시하고 서울시는 건축허가

2006년 당시 서울시장 이명박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6년 당시 서울시장 이명박 /경향신문 자료사진

공군이 반대하고, 여론도 부정적이었지만 롯데가 제출한 ‘제2롯데월드’ 건립 계획은 2006년 2월22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전격 통과함니다. 건축 심의와 건축 허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미 이명박 서울시장은 롯데 측의 손을 들어준 상태입니다. 도시건축공동위는 “이견이 있는 부분은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원만한 협의를 거쳐 해결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현행법상 위법사항이 없는 만큼 허가하되 공군과 계속 협의를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제2롯데월드, ‘비행안전 문제’가 착공 관건

■2006년 4월4일: 건설교통부도 부정적 입장 표명

국방부에 이어 건설교통부도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에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힙니다. 국방부가 비행안전 문제를 들어 건설교통부에 건축허가 제한권 발동을 요구했고 건교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나옵니다.

제2 롯데월드 무산 가능성

■2006년 5월22일: 결국 서울시도 다시 유보

제2롯데월드 건립계획은 소방·방재계획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유보 판정을 받습니다. 서울시는 2006년 5월 2일 “건축위원회에서 제2롯데월드가 지하 5층, 지상 112층으로 연면적만 18만3천8백74평(용적률 407.11%)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임에도 소방·방재계획이 미흡해 ‘유보’ 판정을 내렸다”고 밝힙니다. 완전한 건립유보는 아니었지만, 일단 착공 일정은 뒤로 미뤄졌습니다.

제2 롯데월드 건립 ‘유보판정’

■2007년 7월26일: 건립불허로 최종결정

제2롯데월드 건립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공군간 14년간 끌어온 갈등이 2007년 7월26일 일단락 되는 듯 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열어 잠실 롯데월드 맞은 편에 112층(555m) 높이로 제2롯데월드를 신축하려는 롯데그룹의 계획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대신 국방부가 제시하는 203m 이내만 건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회의에서 국방부는 “‘비행장 운영에 일부 영향이 있지만 개선안을 통해 초고층빌딩이 가능하다’고 한 용역결과는 검증되지 않은 대안”이라며 “비행안전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행정협의조정위원회 결과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이행하도록 돼 있어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112층 제2롯데월드 ‘불허’

■2007년 9월2일: 롯데, 제2롯데월드 건립 재추진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김문석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김문석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은 제2롯데월드 건립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신 부회장은 2007년 7월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설을 불허했지만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당시는 17대 대통령 선거를 3개월 정도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일찌감치 예견되고 있었죠.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시절 제2롯데월드 건설에 긍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신동빈 부회장 “제2 롯데월드 재추진”

■2008년 4월8일: 편법으로 제출한 40층짜리 롯데월드 건축계획안 부결

일단 롯데는 40층짜리 건축계획안을 제출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부결됩니다. 롯데 측은 기존 112층(높이 555m) 규모의 제2롯데월드가 국방부 등의 고도제한 조치로 행정협의조정에 부쳐지자 행정심판과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롯데는 대신 건축물 높이를 대폭 낮춘 40층 규모의 복합 판매·업무시설에 대한 설계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건축위원회는 롯데 측의 설계변경안이 엘리베이터와 계단 숫자가 과도하게 많은 데다 건축구조도 초고층용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판단, 부결 처리했습니다.

롯데 측이 미리 건축허가를 받아놓고 재판 등에서 이길 경우 설계변경을 통해 곧바로 초고층 빌딩을 세우기 위해 ‘기존의 112층 설계에서 40층까지만 잘라낸 설계안’을 제출하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로컬 365]건축위, 제2 롯데월드 건축계획안 부결

■2008년 9월18일: 돌변한 정부, 이명박 대통령 “허가 적극 검토”

정부의 입장이 극적으로 바뀝니다. 정부는 2008년 9월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에 대해 “연말까지 검토를 진행 중”이라면서 “투자활성화와 경기 성남 서울공항의 필요성을 감안해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제2 롯데월드 허용’ 적극 검토키로

■2008년 9월18일: 공군참모총장 전격 교체

김은기 제30대 공군참모총장 /공군 홈페이지 갈무리

김은기 제30대 공군참모총장 /공군 홈페이지 갈무리

국방부는 2008년 9월18일 임기 7개월을 남긴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을 교체를 발표합니다. 김 총장은 뛰어난 조직 통솔력으로 군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으며 2009년 4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습니다. 다만 제2롯데월드 건축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하거나 활주로를 신설하는 것에 반대하며 정부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2롯데월드 반대’ 김은기 공참총장 교체

■2009년 1월7일: 제2롯데월드 건립, 사실상 허가

정부는 2009년 1월7일 조중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열고 “롯데가 비행안전 보장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고, 그동안 비행안전 장비의 성능이 향상됐다”며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방침을 시사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제2롯데월드 허용은 역대 정권 중 가장 심각한 재벌특혜이자 정경유착 사례”라며 “재벌기업 건물 하나 짓자고 수십만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국가안보를 희생시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제2롯데월드 허용키로…서울공항 활주로 조정 대안 마련

안전성·교통난 검증 미흡 ‘불안한 112층’

[사설]‘제2 롯데월드’ 허가 재고하라

■2009년 1월12일: 여당도 반대하는 제2롯데월드

국회 국방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문제를 긴급 현안으로 다룹니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국방부와 공군이 갑작스레 방침을 바꿔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용키로 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야당의 공청회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등과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찬성했습니다.

“빌딩 지으려 활주로 튼 사례있나”

■2009년 3월31일: 결국 최종 확정된 제2롯데월드 건립

2009년 4월 정부의 허가 이후 터파기 공사에 들어간 제2롯데월드 부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9년 4월 정부의 허가 이후 터파기 공사에 들어간 제2롯데월드 부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는 2009년 3월31일 논란을 거듭하던 서울 잠실 제2롯데 월드 건축을 허용하기로 최종 확정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 주재로 민관합동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제2롯데 월드 초고층 신축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 이는 “초고층 건물을 건립할 경우 비행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국방부의 의견을 수용, 제2롯데 월드 건축을 불허했던 2007년 7월 행정협의조정위 본회의의 결정을 2년 만에 뒤집은 것이었습니다. 국무총리실은 “제2롯데 월드 사업비는 외자 10억달러를 포함해 1조7000억원이고, 롯데 측은 2만3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제2롯데 월드 신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제2롯데월드 신축 확정 논란

■2010년 11월11일: 행정절차도 마무리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서울 송파구는 2010년 11월11일 롯데그룹이 신청한 제2롯데월드 신축을 최종 허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로 인한 잠실역 일대 교통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송파구과 협의를 거쳐 잠실역 사거리 버스환승센터와 제2롯데월드, 석촌호수간 지하차도 건립비용과 탄천동 지하도로 사업에 총 1800억원을 투입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롯데그룹 측은 “그룹 숙원 사업을 위한 행정절차가 모두 마무리돼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동북아 랜드마크로서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123층’ 제2롯데월드 최종 승인

지난해 12월22일 오후 경기 성남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잠실 제2롯대월드 건물과 시내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둘러싸여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22일 오후 경기 성남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잠실 제2롯대월드 건물과 시내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둘러싸여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그리고 2010년 10월 착공한 제2롯데월드는 현재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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