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저격', 과거 '허언증 환자'에서 이제는 '용자'가 된 사람들

2016.10.30 14:39 입력 2016.10.30 14:41 수정 최민지 기자

2014년 12월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된 청와대 내부 문건의 유출 의혹을 받은 박관천 경정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최순실 게이트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그 측근들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여러 명의 용자(용감한 사람)도 탄생시키고 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지적한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한때 “배신의 아이콘”“허언증 환자” 등의 비난을 들었지만 이제는 “진실한 증언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 ‘옥살이’ 김해호 목사 “박근혜는 최태민과 그 딸의 꼭두각시”

대표적인 용자로 언급되는 인물이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전 전 의원이 박 대통령을 두고 한 발언은 ‘전여옥 어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대변인으로 일하며 박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다. ‘원조 친박’으로 불리던 전 전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로 이동하며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또 지난 2012년에는 자서전 ‘i 전여옥’을 통해 박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 전 의원은 이 책에서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중략) 그녀는 이제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하다”며 혹평했다.

전 전 의원은 또한 “박근혜 위원장은 자기의 심기를 요만큼이라도 거스리거나 나쁜 말을 하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그가 용서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자기 자신이다”며 “하루는 어머니들과의 대화를 위해서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는데 박근혜 위원장이 햄버거를 먹지 않고 있기에 ‘왜 먹지 않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없더라. 보좌관이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오니 그제야 먹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는 늘 짧게 대답한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등…. 국민들은 처음에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사실 아무 내용 없다.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애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다”고 썼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태민·최순실 일가와 박근혜 당시 후보와의 관계를 폭로했다가 옥살이를 한 김해호 목사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김 목사는 “박 후보는 육영재단 이사장이었지만 아무런 실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최태민과 그의 딸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현재 동남아의 한 나라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며 조용히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금 나의 심정은 억울하지 않다. 김근태가 고문 기술자 이근안을 용서하듯이 나도 다 용서했다. 불행한 시대를 산 대통령을 이해해줄 수는 없을까. 역사는 물과 같아서 다 흘러가는것, 용서와 사랑으로 대통령을 용서한다”고 전했다.

■“박근혜는 칠푼이”라고 한 YS

‘정윤회 문건파동’ 당시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박관천 경정의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박 전 경정은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검사에게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물은 뒤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하고 말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박 전 경정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대지 못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설화법’으로 잘 알려진 김영삼 전 대통령 또한 박 대통령을 두고 “칠푼이”라며 독설을 날린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상도동 자택에서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와 대선 경선과 관련해 덕담을 나누던 중이었다. 김 전 지사가 “토끼(김문수)가 사자(박근혜)를 잡는 격”이라며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의 지지율에 밀리는 자신의 상황을 비유하자 김 전 대통령은 “(박근혜는)사자가 아니라 칠푼이”라고 원색적인 비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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