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질 당시 살수차를 조작했던 경찰관들이 유족에게 사과하려고 하자 이를 경찰청이 조직적으로 막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28일 경찰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한모·최모 경장은 경찰청에 백남기 농민의 유족에게 사과하고 법원에 ‘원고의 청구 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청구 인낙서를 제출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최 경장은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을 당시 살수차를 조종했다. 백 농민과 유가족들이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한·최 경장 등을 상대로 총 2억4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최 경장이 경찰청에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백 농민과 유가족에게 사과한 지 얼마 후였다.
그러나 경찰청 측은 이에 반대했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이후 두 경찰관은 몇 차례 같은 뜻을 전달하다, 결국 지난 26일 백 농민과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담은 청구 인낙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전날 두 경장이 청구인낙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경찰청에 밝히자 경찰청은 이를 제지했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또 경찰청 측은 이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기도 했다고 한다. 한·최 경장의 청구 인낙서에도 “유족들을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내용 외에도 “경찰청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단을 내렸다” “저희가 속한 조직이 야속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사과나 청구인낙서 제출 자체를 막은 게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보다 조직 차원에서 사과를 하고 청구 인낙서를 제출하기 위해 시기를 조율해 보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개혁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살수차를 조작했던 한모·최모 경장이 백남기 농민 유족들에게 사과하려 했으나 이를 경찰청이 제지했다는 의혹을 두고 29일 열리는 경찰개혁위 전체회의에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해당 의혹이 맞는지 당사자들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2며 “많은 위원들이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