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3일 장관들의 ‘페이스북 정치’ 언제 시작됐을까

2021.05.13 00:00 입력 2021.05.13 14:57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11년 5월13일 ‘총리·장관님들 SNS 삼매경’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입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리적으로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 3월 윤 전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정치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정치적 자산으로 사용하는 것은 익숙한 일입니다. SNS로 정책을 제안하는가 하면, 댓글 창에서 국민과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 대신 페이스북 포스팅으로 현안에 관한 견해를 내놓곤 합니다. SNS가 국민과 정부가 소통하는 대표적인 채널이 된 셈이죠. 이런 문화는 언제 시작됐을까요?

[오래전 ‘이날’] 5월13일 장관들의 ‘페이스북 정치’ 언제 시작됐을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엔 ‘총리 장관님들 SNS 삼매경’이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정부 부처에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주문한 뒤, 장관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열심히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입니다. 총리와 장관이 직접 SNS로 국민과 소통한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꽤 놀라운 일이었나 봅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의 페이스북이었습니다. SNS에 익숙하지 않은 김 총리는 자필로 글을 쓰고 이를 스캔해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김 총리는 “안산에 있는 외국인 지원센터를 다녀왔다”며 “손님(외국인)을 위해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썼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 오탈자 위에 그어진 취소선 모두 그대로 담겼습니다.

김황식 총리의 ‘연필 페이스북’ 메모

김황식 총리의 ‘연필 페이스북’ 메모

김성환 당시 외교통상부(현재의 외교부) 장관은 친숙함을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트위터에 “외교통상부 장관 김성환입니다. 저와 모습이 비슷하신 탤런트 김성원씨나, 이름이 비슷한 야구감독 김성한씨와 헷갈릴지 모르겠네요^^”라며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외무고시 패스가 꿈이라는 트윗엔 “외교부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격려 답글을 남겼습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외교관 상아 밀반입 사건’을 꼬집는 트윗엔 사과 답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그는 글을 올린지 첫째날, 둘째날에도 계속 자신의 글에 달리는 답글들에 일일이 반응을 하면서 호응을 얻었습니다. 덕분에 김 장관의 팔로어 숫자는 급속도로 늘었다고 하네요. 필자는 “다만 아쉬운 것은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장·차관 소개 페이지에서 장관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주소를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각 부처 장관의 트위터 사용 현황이 정리된 그래픽도 등장하는데요. 당시 가장 팔로어와 트윗수가 많은 ‘파워트위터리안’은 정병국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트윗수는 1060개, 팔로어수는 3165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 뒤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3165팔로어, 175트윗) 등이 이었습니다. 군인으로서 남다른 포스를 자랑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트위터는 트윗 수가 11건에 불과한데도 빠른 속도로 팔로어가 늘어 2400팔로어를 기록했습니다. 프로필 사진도 주먹 쥐고 연설하는 모습으로 꾸미는 등 캐릭터가 엿보이는 SNS 계정에 사람들이 열광했다고 하네요.

글을 기고한 필자는 장관들에게 몇 가지 충고를 전합니다. “소셜미디어는 스스로 이해하고 해야 한다. 사실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즐거워야 한다.” 팩트, 상호 이해, 즐거운 분위기를 강조한 겁니다. 10년 전의 이 조언이 댓글 폭탄, 가짜뉴스가 일상이 된 지금 더 의미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SNS가 전쟁터가 아닌 소통의 장이 되려면 장관이나 정치인은 물론 그들의 SNS 글을 읽는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