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밭
로컬라이프

서울 말고 로컬④

공주 반죽동에서 ‘가가책방’을 운영하는 서동민씨(왼쪽)가 지난 8일 책방에서 이재덕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주 반죽동에서 ‘가가책방’을 운영하는 서동민씨(왼쪽)가 지난 8일 책방에서 이재덕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 저녁, 충남 공주 봉황동의 한 책방. 작곡가 정세원씨(38)가 ‘음악이라는 세계 : 반복과 기억’이란 주제로 청음회를 열었다. 모차르트의 ‘론도 A단조 K.511’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3악장’을 들려주며 주제 부분이 반복되는 ‘론도(Rondo)’ 형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더니, 1987년 타계한 미국의 작곡가 모튼 펠드먼의 ‘콥틱 라이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펠드먼이 중동의 카펫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음악이에요. 카펫의 붉은색이 굉장히 강렬한데, 실제론 옅은 분홍빛이 수없이 반복되고 겹쳐지면서 만들어진 색이거든요. 이런 영감이 음악에선 어떻게 반영됐는지 들어볼까요?” 2010년대 초반 한국에서 유행한 ‘후크송’과 최신 클럽 음악까지. 청음회는 ‘반복’과 ‘기억’이란 화두로 1시간30분 동안 클래식과 현대음악, 유행곡들을 넘나들며 진행됐다.

공주 원도심에서 청음회 ‘공음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곡가 정세원씨가 지난 18일 봉황동의 한 책방에서 ‘음악에서 사용되는 반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김준영씨 제공

공주 원도심에서 청음회 ‘공음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곡가 정세원씨가 지난 18일 봉황동의 한 책방에서 ‘음악에서 사용되는 반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김준영씨 제공

청음회 ‘공음당 프로젝트’가 시작한 건 한 달 전이다. “공주의 ‘퍼즐랩’에서 3주간 지역에 살아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아내가 참가했어요. 저는 동행만 했죠. 각자 ‘공주에서 하고 싶은 일’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작곡가라고 소개하니 공주에서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 묻더라고요.” 정세원씨는 함께 음악을 감상하는 청음회를 제안했고 ‘퍼즐랩’은 지역에서 관심이 있는 주민들을 모았다. 공음당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4차례 열렸다. 공주뿐 아니라 인근 청양, 세종에서도 음악을 들으러 온다고 한다. “다들 경청해주셔서 계속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봉황동과 반죽동, 중학동, 중동 일대 공주의 원도심에서는 소모임이 수시로 열린다. 음악회, 독서모임, 마을장터, 영화제, 달리기 모임 등 동네를 기반으로 한 온갖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소모임이 사업 단위의 프로젝트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정씨도 청음회를 ‘마을음악회’와 ‘작곡학교’ 등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난 8일과 18일 두 차례 공주 원도심을 찾았다.

공주 원도심 제민천변 골목길.

공주 원도심 제민천변 골목길.

공주 원도심 곳곳에는 공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나태주 시인의 시 구절이 캘리그래피로 적혀 있다.

공주 원도심 곳곳에는 공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나태주 시인의 시 구절이 캘리그래피로 적혀 있다.

■‘퍼즐’을 맞추는 마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공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구절이 도시 곳곳에 캘리그래피로 적혀 있었다. ‘풀꽃의 도시’라는 공주답게 대문 앞에는 꽃이 핀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골목 담장 위로 능소화, 배롱나무 꽃이 피었다.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제민천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았다.

몇몇 가게 앞에는 마을 행사나 소모임 등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상당수가 스타트업 ‘퍼즐랩’을 통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퍼즐랩’은 스스로를 커뮤니티 기반 지역관리회사로 소개한다. 권오상 대표(45)는 공기업을 퇴사하고 3년 전 공주 봉황동 한옥에서 게스트하우스 ‘봉황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옥에 묵는 손님들이 간단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는데 숙소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 인근 건물의 작은 사무실을 빌려 공유오피스로 꾸미면서 동네와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시작됐다. 권 대표와 서울에서 책읽기 모임을 했던 이병성씨(37)도 공주로 오게 됐고, 두 사람은 2019년 마을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퍼즐랩’을 만들었다.

공주 원도심의 지역관리 스타트업 ‘퍼즐랩’의 권오상 대표가 지난 8일 원도심 중동 골목에서 옛 호서극장 건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주 원도심의 지역관리 스타트업 ‘퍼즐랩’의 권오상 대표가 지난 8일 원도심 중동 골목에서 옛 호서극장 건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을의 원주민들과 이주민들 모두 ‘퍼즐’이에요. 저희는 퍼즐을 이리저리 맞춰 지역의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는 곳입니다. 주도적으로 마을을 설계하는 일과는 달라요. 저희도 언제 어떤 퍼즐 조각이 나타날지 모르거든요. 맞춰 보다가 빈 부분이 생기면 그 자리에 맞는 퍼즐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고요. 생각지도 못한 퍼즐이 나타날 때는 마을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기도 하죠.” 공음당 프로젝트를 하는 정세원씨는 ‘뜻밖의 퍼즐 조각’이었다고 했다. 권 대표는 “우리는 약간의 환경과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라며 “이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만들지는 전적으로 당사자에게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자신을 게임의 ‘NPC’라고 설명했다. NPC(Non-player character)는 참가자들에게 미션을 부여하거나, 힌트를 주는 캐릭터다. “게임 속 마을을 방문하면 입구에 항상 NPC가 있죠. 특정 조건을 완성하면 플레이어에게 새 정보를 알려주고요. 공주 원도심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동네를 소개하고 정보를 주면서 자신의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공주에 머물며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하는 편집 디자이너 한가람씨,

공주에 머물며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하는 편집 디자이너 한가람씨,

잡지 편집 디자이너인 한가람씨(26)는 최근 등장한 또 하나의 ‘퍼즐’이다. 7월부터 ‘퍼즐랩’은 청년들이 5일간 동네에 머물며 자신의 일을 하는 ‘워크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한씨가 여기에 참가했다. 지난 8일 공유오피스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던 그는 “프리랜서라서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에 있을 땐 여유도 없고 즐거움도 느낄 수가 없었는데 여기선 제민천에 다니는 오리만 봐도 행복해요. 이번주까지만 머물 계획인데, 그리워서 또 오게 될 것 같아요.”

공주 원도심 마을 곳곳에는 이런 화분이 놓여져 있다.

공주 원도심 마을 곳곳에는 이런 화분이 놓여져 있다.

■느슨한 연결, 다양한 활동

서울의 스타트업에서 도서 큐레이션을 하던 서동민씨(39)는 3년 전 권오상 대표의 ‘봉황재’에 묵었다가 공주로 거주지를 옮기고 2019년 반죽동에 ‘가가책방’이라는 서점을 열었다. “책을 팔기도 했지만 공주에 처음 오는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원도심을 소개하는 날이 더 많았어요.” 가가책방은 지난해부터 주인이 가게를 지키지 않는 무인책방으로 전환했다. 손님들은 문앞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책방 자물쇠 비밀번호를 묻는다. 주인 없는 책방에 들어간 이들은 전시된 책을 읽거나 구입하고, 방명록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흔적을 남긴다. 좋은 추억을 쌓은 ‘대가’로 알아서 이용비를 내고 간다.

무인책방 ‘가가책방’ 앞에 고양이가 지나가고 있다. 이곳 ‘길냥이’들은 왼쪽 귀 끝부분이 잘려 있다. 중성화수술(TNR)을 했다는 뜻이다. 책방 주인 서동민씨는 매일 책방 앞에 길냥이 먹이를 놓아 둔다.

무인책방 ‘가가책방’ 앞에 고양이가 지나가고 있다. 이곳 ‘길냥이’들은 왼쪽 귀 끝부분이 잘려 있다. 중성화수술(TNR)을 했다는 뜻이다. 책방 주인 서동민씨는 매일 책방 앞에 길냥이 먹이를 놓아 둔다.

가가책방 주인 서동민씨가 손님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을 보고 있다. 가가책방은 지난해부터 주인이 가게를 지키지 않는 무인책방으로 전환했다. 손님들은 문앞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책방 자물쇠 비밀번호를 묻는다. 주인 없는 책방에 들어간 이들은 전시된 책을 읽거나 구입하고, 방명록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흔적을 남긴다.

가가책방 주인 서동민씨가 손님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을 보고 있다. 가가책방은 지난해부터 주인이 가게를 지키지 않는 무인책방으로 전환했다. 손님들은 문앞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책방 자물쇠 비밀번호를 묻는다. 주인 없는 책방에 들어간 이들은 전시된 책을 읽거나 구입하고, 방명록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흔적을 남긴다.

가가책방에선 저녁이면 다양한 모임이 진행된다. 서씨가 진행한 ‘고전 읽기 모임’에 참가했던 한 시나리오 작가는 글쓰기 모임을 열었다. 이 모임 참가자이기도 한 권오상 대표는 “모임이 끝나도 회식을 하거나, 술을 마시러 가지 않는다. 서로의 나이를 묻지 않고, 존칭을 쓰며 모임의 주제와 목표에 집중한다”면서 “공주 원도심의 모임들은 구성원들이 서로 느슨한 관계로 이어져 있는 커뮤니티”라고 말했다. 글쓰기 모임은 공주시의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돼 참가자들이 쓴 글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가가상점에서 파는 엽서 굿즈. 소모임 ‘만년필클럽’에서 그린 펜그림이 그려져 있다.

가가상점에서 파는 엽서 굿즈. 소모임 ‘만년필클럽’에서 그린 펜그림이 그려져 있다.

가가책방 주인 서씨는 최근 ‘가가상점’을 열었다. 관광객들에게 공주 원도심을 소개하고 원도심 기념품들을 파는 ‘서점’이다. 책은 물론 마을의 ‘만년필클럽’에서 만든 펜그림 엽서와 스티커, 시 구절이 들어간 캘리그래피 작품, 인근 공방에서 제작한 굿즈 등을 판매한다. “무인책방인 가가책방보다 좀 더 상업적인 공간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임차계약을 하고 책방 2호점을 내려고 했는데 ‘퍼즐랩’에서 이왕 책을 팔 거면 관광객들에게 원도심을 소개하고 기념품도 파는 공간은 어떠냐고 제안해왔고요. 원도심을 소개하는 건 평소에 제가 하던 일이기도 하고,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가가상점’을 만들었어요.” 서씨 부부는 자신들이 거주하는 집의 2층을 공유 주거공간으로 준비했다. 역시 ‘퍼즐랩’의 제안이었고 현재는 ‘워크스테이’ 참가자들이 머물고 있다.

공주 원도심 봉황동에서 ‘곡물집’을 운영하는 천재박·김현정 부부. 곡물집은 토종 곡물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식(食)경험’을 하게 해주는 실험공간이다.

공주 원도심 봉황동에서 ‘곡물집’을 운영하는 천재박·김현정 부부. 곡물집은 토종 곡물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식(食)경험’을 하게 해주는 실험공간이다.

김현정(42)·천재박(42)씨 부부는 봉황재 옆 골목에서 토종 곡물로 만든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곡물집’을 운영한다. 선비잡이콩, 재팥, 방비수수 등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토종 곡물도 소포장해서 판다. 곡물을 배합해 밥을 지어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부부는 토종 곡물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식(食)경험’을 하게 해주는 실험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선비잡이콩, 재팥, 방비수수 등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토종 곡물을 소포장(200g, 500g)해서 판다.

선비잡이콩, 재팥, 방비수수 등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토종 곡물을 소포장(200g, 500g)해서 판다.

다음달 광복절에는 작은 장터를 만들 계획이다. “여름이니까 옥수수를 주제로 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어요. 마을 어르신들이 텃밭에서 옥수수 농사도 하시거든요. 쥐이빨옥수수를 구해서 팝콘도 준비할 겁니다. 광복절이니까 옥수수로 태극기도 만들고요. 장터 한가운데에는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도 설치할 거예요. 퍼즐랩의 ‘지역살이’나 ‘워크스테이’에 참여 중인 청년들의 부스도 계획 중입니다. 어르신과 아이들, 청년들이 한데 어울리는 장터죠. ‘봉황동 클럽 마켓’, 줄여서 ‘봉클 마켓’이에요.”

동네 장터는 가을에는 ‘밤’, 겨울에는 ‘팥’과 같은 계절 주제를 정해 열릴 예정이다. “현업이 바빠도 장터처럼 준비하고 있는 동네 이벤트를 떠올리면 ‘그래, 이런 거 하려고 지역으로 왔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남편 천씨도 말했다. “장터 이야기도 이웃과 수다를 떨다가 나온 거예요. 희한하죠? 사업도 아니고, 프로젝트도 아니고···. 그냥 재밌게 놀려고 만드는 거거든요.”

공주 원도심 제민천변에 있는 마을호텔 주식회사. 1층은 카페 ‘프론트’, 2층은 사무실, 3층은 책방 ‘블루프린트북’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빵집 ‘오초오초’는 제민천 건너편에 있다.

공주 원도심 제민천변에 있는 마을호텔 주식회사. 1층은 카페 ‘프론트’, 2층은 사무실, 3층은 책방 ‘블루프린트북’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빵집 ‘오초오초’는 제민천 건너편에 있다.

제민천변에서 책방 ‘블루프린트북’과 카페 ‘프론트’, 빵집 ‘오초오초’를 운영하는 ‘마을호텔 주식회사’는 원도심 카페 ‘반죽동247’과 영화제를 기획했다. 마을호텔의 이사 목진태씨(32)는 “반죽동247은 저희 카페에 원두를 공급하는 사업 파트너인데, 그곳 사장님이 영화를 전공했다. 오가며 ‘언제 영화제 한번 해봅시다’ 하다가 정말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치러진 ‘제1회 제민천 보통영화제’는 공주에서는 10년 만에 열린 영화제였다. 과거 직조공장이었던 빈 건물을 상영장으로 꾸몄다. 영화제에서는 독립영화 8편과 공주대 영상학과 학생들의 단편 5편이 상영됐다. 정세원씨도 퍼즐랩의 소개로 영화제의 한 세션을 맡아 청음회를 열었다.

사실 마을호텔은 청년 건축가들이 만든 회사다. 목진태씨도 서울의 건설사에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왔다. 그는 “마을호텔은 빈 공간을 찾아서 멋진 공간으로 꾸미고 그 안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넣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마을호텔 이사이자, 블루프린트북 책방 대표인 목진태씨.

마을호텔 이사이자, 블루프린트북 책방 대표인 목진태씨.

원도심 가게 앞에 지난 6월 진행된 ‘제 1회 제민천 보통영화제’ 포스터가 붙어있다.

원도심 가게 앞에 지난 6월 진행된 ‘제 1회 제민천 보통영화제’ 포스터가 붙어있다.

최근 퍼즐랩은 공주 원도심에서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도 마을호텔, 곡물집 등 공주 원도심의 ‘퍼즐’들이 참여한다. 퍼즐랩이 세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마을호텔은 프로그램이 진행될 공간을 조성하고, 곡물집은 프로그램 브랜딩과 참가자들의 활동을 기록하는 일을 벌이는 식이다.

■‘하숙마을’의 라이프스타일

퍼즐랩의 직원들은 공주 원도심이 ‘NPC’ 역할을 수행하는 데 만족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했다. 허미정씨(37)는 “느슨한 연결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는데, 그런 일을 할 수 있어” 좋고, 박진서씨(26)는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다양한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들 역시 제민천달리기모임과 만년필클럽 등 지역 소모임에 참여한다. 이상철씨(35)는 “아쉬운 게 있다면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가 없다는 것 정도”라고 했다.

퍼즐랩에서 마을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하는 직원들.  이상철씨, 박진서씨, 허미정씨(왼쪽부터)

퍼즐랩에서 마을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하는 직원들. 이상철씨, 박진서씨, 허미정씨(왼쪽부터)

권 대표는 이곳에 ‘퍼즐’이 계속 유입되는 것은 공주 원도심이라는 공간을 지키고 가꿔온 원주민들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에 학생들이 묵던 하숙집이 많았던 동네는 마을 밖 청년들을 반갑게 맞는 분위기다.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벌이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너그럽다. “제민천 일대가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싶어하는 ‘매력’을 갖게 된 것은 예전부터 살아온 주민들 덕분이죠. 나태주 시인은 시 구절을 캘리그래피 작가들이 쓸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요. 터줏대감 상인들은 새로운 모임, 가게가 생길 때마다 손님들에게 홍보를 해줍니다.” 그래서 퍼즐랩 역시 원주민의 생활방식을 깨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활동한다. “주민분들이 하는 대로 제민천변을 달리거나 어르신들이 타는 자전거와 똑같은 자전거를 구해 느리게 타고 다니죠. 숙소나 공유오피스 간판도 잘 보이지 않게 작게 만들었고요. 저희도 이곳 주민들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녹아들려고 해요.”


글 이재덕 기자 · 사진 채용민 피디 duk@kyunghyang.com


도시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로컬에서 다른 삶을 살아 보려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하거나, 가게를 내거나, 농사를 짓습니다.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버티컬 채널 ‘밭’(facebook.com/baht.local)은 로컬에서 어떤 삶이 가능한지를 탐구합니다. ‘서울 말고 로컬’ 연재로 나만의 밭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facebook.com/baht.local

이런 기사 어떠세요?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