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우는 여가부 폐지, 우리가 막는다” 서울 도심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

2022.10.15 16:26 입력 2022.10.16 04:15 수정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각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집회를 마치고 정부서울청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각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집회를 마치고 정부서울청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주말인 15일 서울 도심에 울려 퍼졌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주최로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종로 종각역 2번 출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2000명(신청자 기준·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단체들은 “대선 시기부터 정치적 위기 때마다 ‘여성가족부 폐지’ 카드를 꺼내며 여성의 인권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국민을 기망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성평등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기 위해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여성 지우는 여가부 개편안” “‘성평등 민주주의’의 후퇴”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날 의상 코드인 검정색 옷을 입고 “여성 지우는 여가부 개편안.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여성인권은 정치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여성시민 의견 수렴 없는 여가부 폐지안 폐기하라” “여성은 임신·출산 도구가 아니다. 성평등 전담부처 강화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든 손팻말에는 ‘우리가 막는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웬말이냐’ ‘여성가족부 폐지는 성평등민주주의 후퇴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정부는 지난 6일 여가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여가부의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 증진’ 기능은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여성 노동’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여가부 폐지 속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각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집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각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집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강변해왔다. 윤 대통령의 인식과 달리 성차별 구조는 견고하며, 이에 따른 젠더 폭력이 끊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예술사회학자인 이라영 작가는 “점점 극심해지는 불법촬영, 여성들이 가정폭력부터 생애 내내 겪는 각종 폭력들, 툭하면 뉴스에서 보는 취업 성차별, 경력단절 등 여러 문제를 겪으며 살고 있다”며 “모두 여성 대상 젠더폭력의 피해자이거나 생활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성 가구다. 이게 모두 구조적 차별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 작가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정부는) 여성을 인구재생산 도구로 안다”며 “대통령은 여성 피해를 더 지원하기 위해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는데, (여성은) 보호·지원받는 피해자로 살고 싶지 않다. 존중받는 시민이기를 원한다. 여성부 강화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해놓고 여성 보호를 어떻게 강화하나”라며 “수많은 지표가 (구조적 성차별을) 보여주는데 원수(윤 대통령)가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역할·기능 강화해야”…젠더폭력 당사자들의 목소리

전담 부처인 여가부를 폐지하면 피해자 지원 체계가 무너져 젠더 폭력에 취약한 여성, 장애인 등이 위험에 무방비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대한항공 성폭력 피해자 A씨는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이 대독한 발언문에서 “대기업의 말단직원인 제가 거대 자본, 조직을 갖춘 기업을 상대로 모진 싸움을 이어나가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여가부 관련 단체들의 물적·인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은 여가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세밀한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가부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서혜정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는 “여성 장애인의 성폭력 피해 상담 건수가 최근 급증했다”며 “여성 장애인은 여성이라는 이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떠넘김 당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여성 인권 정책을 복지부·법무부로 이관한다는데, 복지부는 여성이나 장애인 관점이 없고, 법무부는 피해자 관점이 매우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각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집회도중 윤석열 대통령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각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집회도중 윤석열 대통령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성평등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의 존폐를 정부가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비속어 파문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윤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여가부 폐지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사회 평등 바로미터를 폐기하고 역사적으로 무지하고 무식한 정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며 “이 시도로 인해 퇴진을 요구받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같은 일이 왜 계속 벌어지나. 가해자들 수십~수백명을 잡아들이고 아무리 센 처벌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터·지역사회 등 모든 곳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적극 해소해나가야 해결될 수 있고, 이게 정부가 성평등 정책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난 대선, 총선 이후 국민의힘 지자체 단체장이 있는 곳 대부분은 성평등 정책의 축소·폐지 과정을 거쳤다”면서 “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하고도 아무것도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 분노에 대해 답해야 한다”며 제1야당에 여가부 폐지를 저지하라고 촉구했다.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각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집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각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 우리가 막는다” 집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연대에 나선 남성들도 있었다. 허요한씨(35)는 “육아휴직을 쓸 때 눈치가 보이는 등 시스템에서 차별받는 게 분명 있고,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닌데 없어지는 건 부당하다”면서 “‘부’에서 격하하면 예산 결정권이 박탈돼 특히 문제”라고 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한국은 여전히 세계 성격차지수 99위로 여성의원 비율은 100위권 밖, 고위직 및 관리자 비율의 성별 격차는 125위, 소득 격차는 120위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며 “여가부 폐지는 20여년 전 ‘부녀복지 시대’로의 회귀이자 여성을 인구정책의 도구로 삼던 과거로의 퇴행으로, 여성을 다시 인구 ‘생산’의 도구로 삼고 가족의 영역에 묶어두고야 말겠다는 저의를 천명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집회 참여자들은 종각역 인근 SC제일은행에서 출발해 세종대로 사거리→광화문 교차로→안국동 사거리를 거쳐 종각역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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