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3년…디지털성범죄 진화하는데 치료 교육 ‘그대로’

2022.12.07 21:34

특성 감안한 교화 강의 없어

기존 성범죄 프로그램 제공

법무부 “내년부터 운영계획”

전문가 “도입 전 피드백 필요”

법무부가 텔레그램방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디지털성범죄자’의 특성을 감안한 치료강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범법자들이 ‘n번방 사건’ 이전에 만들어진 성범죄 치료강의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성범죄는 날로 진화하는데 성범죄 치료강의는 과거에 머물러 있어 교육을 통한 교화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향신문 취재와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최근까지도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명령’ 대상인 디지털성범죄자에게 기존에 하던 성범죄 치료강의만 제공했다. 디지털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은 없다는 것이다.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을 확정받은 대다수 디지털성범죄자는 법원에서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명령’을 선고받는다. 성폭력 치료강의는 성범죄자 치료 표준 프로그램,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순환형 상담치료 프로그램,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프로그램, 비접촉 성범죄자 프로그램 등으로 나뉜다.

교정시설에서는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재범 위험성과 이수명령 시간에 따라 기본(60시간)·집중(100시간)·심화(300시간) 과정으로 구분해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고위험 성폭력사범은 특별(150시간)·유지(20시간) 과정이 추가된다.

문제는 성폭력 치료강의가 2019년 이후 단 한 번도 업데이트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양이 의원실에 “성폭력 치료강의와 관련한 별도의 업데이트 규정은 없다”고 했다. 날로 진화하는 범죄 양상이 교화 프로그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일선 법원의 한 판사는 “법원은 디지털성범죄자에게 치료강의 이수명령을 부과할 때 해당 프로그램에 디지털성범죄자 특성이 반영된 교화 프로그램이 당연히 반영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디지털성범죄 재발 방지 필요성이 수년째 강조되는 상황에서 변화가 너무 더디다”고 했다.

법무부는 내년 초부터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명령에 ‘디지털성범죄자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디지털성범죄자 특성을 분석하는 정책연구용역을 맡겼다. 올해 2월부터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실무 매뉴얼을 개발해 일부는 시범운영 중이다.

법무부 정책연구용역 책임연구원이었던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한국은 2019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는데 이 범죄 자체에 대한 조명은 늦어졌다”며 “그러다 보니 (법무부 또한) 관련 범죄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는 성폭력사범의 범죄 성향 개선을 위해 재범 위험성에 따른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며 “내년 상반기 소년 성폭력사범에 특화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향후에도 범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디지털성범죄자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기에 앞서 프로그램 세부 내용과 시범운영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현장 적용에 앞서 새로 마련된 프로그램 내용을 각계 전문가들에게 공개하고, 충분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