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어쩌란 거냐”···윤 대통령 ‘발언’에 수험생·학부모 ‘멘붕’

2023.06.16 17:17 입력 2023.06.16 17:35 수정

16일 오전 대입 커뮤니티 ‘수만휘’에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과 관련해 달린 댓글.  수만휘 카페 갈무리

16일 오전 대입 커뮤니티 ‘수만휘’에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과 관련해 달린 댓글. 수만휘 카페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개월 앞두고 대통령으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능 출제 방향에 관한 발언을 내놓자 수험생과 학부모, 입시 관계자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들썩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금세 ‘물수능’ 논란으로 번졌고, 대통령실은 16일 이를 진화하는 추가 설명을 내놨지만 교육현장에선 도리어 “도대체 문제를 어떻게 내겠다는 거냐”며 더욱 혼란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전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당일부터 대입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기사에는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학입시 커뮤니티 ‘수만휘’에는 이와 관련해 “킬러문항 축소 및 난이도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 국어수학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최상위권 변별력은 약화되며 중하위권은 등급따기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 “교과서에 없는 비문학 지문은 쉽게 출제할 것 같다”라는 게시글과 댓글이 줄을 이었다.

카페에서는 수능 난이도와 입시에 미칠 영향 등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한 댓글 작성자는 “결국 상대평가라 사교육 안 받는 애들이 이득을 그렇게 볼 거 같지도 않고, 오히려 열심히 공부한 최상위권들 물 먹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실수싸움으로 등급이 나뉘면 그 또한 억울한 일”이라며 난도 하향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속속 올라왔다. 정반대로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문제가 나오면 안 되는 게 정상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하는 댓글도 달렸다.

정시 전형을 준비 중인 고교 3학년과 재수를 하고 있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갑자기 수능 출제 방침이 급변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며 뉴스를 검색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이튿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요한 건 수능의 난이도가 아닌 듯 싶다. 입시 위주 교육시스템 자체의 개편이 필요하다” “대치동서 수능 직전에 (대통령이) 시험문제 좌지우지하고 나댄다고 욕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이런 세부적인 것을 매니징해도 되는 건가” 등의 갖가지 의견들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물수능’ 논란으로 확대되자, 대통령실은 브리핑 4시간 뒤 윤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고, 이튿날 한 번 더 “대통령은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며 추가로 해명을 내놓았다. 수험 현장에서 ‘대통령이 수능을 쉽게 내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자 ‘그런 지침을 준 게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능 발언 주워담기’로 수험생이나 학부모 등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한 고3 학부모는 “요 몇 년 사이 킬러 문항 논란 등으로 앞으로는 수능을 비교적 쉽게 내겠다는 방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느닷없이 저런 발언을 하니 어리둥절했다”며 “그런데 하루 만에 ‘변별력은 있도록 하겠다’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수능을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라는 말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라며 “(정부로서는) 과도한 대입경쟁과 사교육 과열을 멈추기 위해 종합적 대입제도 개선책 같은 정책 지향을 발표하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