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에 ‘이승만 띄우기’라니”···용산전쟁기념관 ‘건국전쟁’ 감독 특강 주최에 반발

2024.04.11 16:36 입력 2024.04.11 17:40 수정

전쟁기념관이 오는 19일 김덕영 ‘건국전쟁’ 감독을 초청해 현대사 재조명 특강을 연다고 밝혔다. 전쟁기념사업회 인스타그램 갈무리.

전쟁기념관이 오는 19일 김덕영 ‘건국전쟁’ 감독을 초청해 현대사 재조명 특강을 연다고 밝혔다. 전쟁기념사업회 인스타그램 갈무리.

전쟁기념사업회 전쟁기념관이 오는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이 불거진 영화 <건국전쟁> 감독의 현대사 특강을 연다. 역사 관련 시민단체 등은 “4·19혁명기념일에 공공기관이 ‘이승만 띄우기’에 나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따르면 영화 <건국전쟁>을 제작한 김덕영 감독은 오는 19일 <건국전쟁 감독이 들려주는 현대사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안보교육 특강을 연다. 특강은 반공포로 석방사건 및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 등을 다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이 영화 흥행 후 강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의 소식이 알려지자 전쟁기념사업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특강 개최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4·19혁명 기념일인) 4월19일에 강의라니 전쟁기념관에서 무슨 의도로 강의를 기획한거냐”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백날 그래도 (이승만이) 학살자, 기회주의자, 도망자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등 항의를 쏟아냈다.

강사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도 진행됐다. 시민단체 ‘독립로드’는 지난 3일부터 강사 철회 촉구 청원을 추진했고 이날까지 150여 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독립로드는 청원글에서 “건국전쟁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와 왜곡된 시각이 반영돼 많은 비판을 받는 작품”이라며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가 원인이 된 4·19혁명의 책임을 이기붕과 자유당에 떠넘겨 이승만에 면죄부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기념관은 지금이라도 강사 섭외를 철회하고 현대사를 보다 균형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강사로 대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독립로드 운영자 김경준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영화 내용이 공공기관 특강에서 반복된다면 또 다른 역사왜곡을 낳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은 4·19혁명으로 물러난 사람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의 계승’을 명시하고 있다”며 “강의 날짜가 19일인 것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면 이는 헌법에 대한 조롱이자 정면 도전”이라고 말했다.

서명에 동참한 안욱현씨는 “영화가 말하는 것과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너무 달라 자괴감이 들었다”면서 “왜곡된 내용도 반복해서 언급되면 사실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런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건국전쟁>은 이 전 대통령 업적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지난 2월 개봉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를 올바르게 알 기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승만의 과오를 지적하지 않고 독재를 미화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쟁기념관 측은 “용산 특강은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진행해왔다. 우연히 4·19 기념일과 겹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연사로 불러왔고, 이번에는 영상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김 감독이 과거 6·25전쟁에 관한 작품을 만드는 등 활동을 해와 초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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