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만 피해서 도로건설하면 된다?”…환경단체, ‘황당’ 문화재 조사에 “공개토론하자”

2024.05.07 11:16 입력 2024.05.07 11:45 수정

지난 1월23일 바위구멍(성혈)이 새겨진 너럭바위 일부분이 깨져 있다. 문화재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공사 초기 벌목 과정에서 굴착기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추정한다. 백경열 기자

지난 1월23일 바위구멍(성혈)이 새겨진 너럭바위 일부분이 깨져 있다. 문화재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공사 초기 벌목 과정에서 굴착기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추정한다. 백경열 기자

문화재 조사가 생략된 채 강행됐다가 중단된 대구의 한 도로공사 현장에서 실제 선사시대 유물 발견 등의 1차 조사가 마무리 됐다. 기존 문화재 발견 구역 및 새롭게 확인된 지역 외에는 공사가 가능하다는 결과에 환경단체는 “황당하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7일 대구환경운동연합·대구 달성군 등에 따르면 대경문화재연구원은 지난 2월20일부터 한달간 죽곡리 강정마을~죽곡2지구 연결도로 개설부지내 약 1만3237㎡를 대상으로 유적 문화재 시굴조사를 벌였다.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삼국시대와 관련성이 깊은 추정 석곽묘 4기와 수혈유구 5기, 조선시대 추정 토광묘 1기 등 유구 10기가 새롭게 발견됐다고 돼 있다.

조사결과에 대한 학술자문회의에서는 “기존 지표조사에서 고분이 확인돼 정밀발굴조사로 확정된 구역과 (이번) 시굴조사 결과 유구가 확인된 구역을 중심으로 정밀발굴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정밀발굴과 별도로 도로개설구간 및 그 주변 구역에 대한 암각도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정밀발굴조사 필요구역을 제외한 도로개설구간은 절차를 거쳐 공사를 진행해도 무방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조사단 역시 “사업구역에서 제외된 근대 민묘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에서는 유구 및 유물이 포함된 문화층이 확인되지 않아 별도의 문화재 보존대책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관계법령에 따라 행정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해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시굴조사라는 한계가 있다며 공사 시행 중 매장문화재가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지하고 관계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환경단체는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밀발굴조사에서 또 어떤 문화재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서 이 일대를 진단 및 평가해 도로를 건설해도 될 지역인지 보전해야 할 지역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한 학술적·합리적 판단 결과도 없이 공사 재개를 운운한다는 것은 자문위원들의 자의적 판단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달성군과 이번 시굴조사를 자문한 전문가 및 환경단체가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 등을 포함한 토론회를 제안했다.

달성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업비 50억5000만원을 들여 해당 도로공사를 추진하다 중단했다. 군은 당초 죽곡산 경사면을 따라 면적 1만5700㎡에 길이 488m인 2차로 도로 및 인도(폭 12m)를 건설할 방침이었다.

군은 정밀조사 결과까지 지켜본 뒤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달성군은 지난달 25일부터 사업구간에서 문화재 정밀발굴조사를 시작했다. 6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성군 관계자는 “시굴조사 결과를 참고해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 공사 여부는 이후에야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환경단체의 요구(토론회)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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