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된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과거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PD가 아니다”라고 위증한 상사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상사의 위증은 이 PD가 ‘근로자 아님’ 판결을 받는 데 영향을 미쳤는데, 이 PD는 해당 판결 이후 낙담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일 방송 비정규직 노동단체 ‘엔딩크레딧’ 등 설명을 종합하면, 청주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정우혁)은 지난 3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전 청주방송 기획제작국장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해고된 이 PD가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이 PD는) PD가 아니었다” “권한이 없는 조연출 정도였다” 등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 PD는 13년 동안 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 PD로 일하다가 비정규직 동료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한 뒤 해고됐다.
프리랜서 신분이었던 이 PD가 부당해고를 인정받으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결정이 필요했다. 이 PD는 이를 확인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A씨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2020년 1월 이 PD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 PD는 판결 2주 뒤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이 PD가 숨진 뒤인 2021년 5월에야 항소심에서 근로자 인정을 받으면서 당시 A씨의 위증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지난 3월22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PD는 정규직은 아니였지만 청주방송에서 기획·제작한 다수의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PD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A씨도 책임연출(CP)로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다수 증인은 A씨가 평소 ‘이재학 PD’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분명하게 진술했다”며 “A씨가 직접 결재·서명한 서류에 ‘이재학 PD’라고 기재돼 있고, 청주방송 내부에서 제작한 기획제작국 연락처와 이 PD 명함에도 직책은 ‘PD’라고 표시돼 있었다”고 했다.
정 부장판사는 “A씨는 의도적으로 이 PD가 수행한 업무가 갖는 중요성이나 이 PD의 지위를 부정하고 그가 수행한 업무의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으로 증언을 했다. 이러한 증언 내용은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증언 후 이 PD가 자살을 하는 비극적이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했다.
다만 “해당 증언을 제외하면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증언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동종 범죄로 형사처벌이 받은 적이 없는 사정 등을 고려해 양형 권고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