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주’ 선방위, 마지막은 ‘역대급 이의제기’로 마무리

2024.05.09 19:37

백선기 선거방송심의회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백선기 선거방송심의회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 역대 최다 법정 제재를 의결하며 ‘폭주’ 비판을 받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의 마지막 회의에는 그동안 제재를 당한 언론사들의 재심 청구가 무더기로 몰려들었다. 역대 최다 법정 제재에 이어 ‘역대 최다 재심 청구’의 기록까지 쓰게 된 선방위는 자신들이 내린 제재에 대한 이의제기만 논의하다가 마지막 회의를 마쳤다.

선방위는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제19차 선방위 정기회의를 열었다. 선방위는 선거 기간 동안 선거와 관련된 방송을 심의하는 기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설치·운영한다.

이날 회의에는 그간 법정 제재를 당한 방송사들의 재심 청구 18건이 안건으로 올랐다. MBC와 대전MBC가 11건, CBS가 3건, cpbc가 2건, 채널A가 2건을 청구했다. 이번 선방위가 전례 없는 수준의 법정 제재를 의결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재심 청구 건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선방위에 재심 청구가 1건(기각) 올랐고,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방위와 제21대 총선 선방위에는 재심 청구가 제기되지 않았다.

백선기 선거방송심의회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백선기 선거방송심의회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법정 제재를 받은 보도 대다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였다. 이날 재심을 청구한 방송사 다수는 선방위가 선거와 관련이 없는 보도까지 심의해 법정 제재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10·29 이태원 참사,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 등 보도는 선거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백선기 선방위원장과 선방위원 대다수는 선방위 심의에 문제가 없었다며 다수결로 대부분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백 위원장은 “선방위 활동에 대해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다”며 “하늘을 바라보며 한점 부끄러움 없이 전문적 지식과 학문적 양심, 식견을 반영해서 오늘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권재홍 위원은 “선거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이라면 심의하자고 위원들이 동의해서 심의한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다룬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월2일 방송분은 ‘진행자가 균형을 잡으려 했다’는 취지로 재심이 인용됐다. 다만 제재 수위는 기존 ‘경고’에서 ‘주의’로 법정 제재를 유지했다.

방심위 직원들은 선방위 활동이 “언론자유를 말살하고 국격을 떨어트렸다”고 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지수 추락 등은 민관이 합심해 언론자유를 말살하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K-검열 생태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며 “(선방위는) 방송심의 역사에 길이 남을 문제작”이라고 했다.

선방위 민원 대부분을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 언론단체가 제기한 것을 두고 방심위 노조는 “매주 ‘그들’의 민원을 접수받아 ‘그들’에게 상정할 안건을 작성하는 부끄러운 노동에 동원된 방심위 직원들의 피눈물 위에 선방위라는 역사적 괴작이 탄생했다”며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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