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프락치’ 피해자 국가배상 2심 종결···“정부, 진화위 권고 안 지켜”

2024.07.04 18:0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강제징집·녹화사업 등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판결 선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강제징집·녹화사업 등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판결 선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정권 당시 강제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이른바 ‘프락치’(비밀 정보원) 활동을 강요받은 고 이종명·박만규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마지막 변론이 열렸다. 이들은 “정부가 국가폭력 피해자 대상 권고사항들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민사8-1부(재판장 김태호)는 4일 ‘프락치 공작’ 피해자 고 이종명·박만규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의 최종 변론기일을 열었다.

당초 지난달 13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변론을 한 차례 더 진행했다. 재판부는 정부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의 ‘진실규명결정상의 권고사항’에 대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준수했는지 구체적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원고들에게도 정부가 이행하지 않은 권고사항을 적시해 관련 근거를 제출하라고 했다.

2022년 진화위는 전두환 정권에서 시위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강제 징집되고 운동권 내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이들을 국가폭력 피해자로 인정하면서 정부에 5가지 사항을 권고했다. ‘국가 사과’ ‘재발 방지’ ‘피해회복 조치’ ‘피해사실 조사기구 설치’ ‘의료접근권 강화’ 등이다.

정부는 이날 변론에 앞서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진화위의 권고사항은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삼았다. 또 정부가 최근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계획을 세웠다며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사과했으므로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고도 했다. 앞서 한 전 장관은 항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피해자분들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반면 원고 측은 “이행계획만 세운 것을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다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또 진화위 권고 이전인 2006년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피해자들에게 정부 차원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인정했음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전 장관의 사과에 대해선 소관기관인 국방부의 사과가 아니므로 진화위 권고사항에 따른 사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원고 측 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소송상의 항변이라고 무조건 허용되는 게 아니고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항소심에) 넣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1983년 군 복무 또는 대학 재학 중 강제 연행돼 고문을 당하고 동료 학생에 대한 감시와 동향 보고 등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끝났다. 이 판결은 진화위의 국가폭력 관련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국가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피해자들은 “국가가 다시는 이런 폭력을 국민에게 저지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에 부족하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이 사건 선고 결과는 다음 달 29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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