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오염수로 가뭄 대응하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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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 🛁 오염수로 가뭄 대응하면 된다고?

5분 2023.04.06

가뭄 물 오염수 4대강 물부족

🛁

죽은 물을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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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4.06. 목요일

독자님, 안녕하세요. 이번 주의 큐레이터 최미랑 기자입니다. 익숙한 것을 다시 보게 하는 기사를 열심히 골라 전하고 있어요.

오늘은 비 내리는 날입니다. 점심을 먹으러 다녀오는 길에 발과 옷이 폭 젖어버렸는데,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실로 얼마만의 단비인지요! 미세먼지 알림에 '좋음' 표시가 뜬 것도 정말 오랜만이에요.

광주·전남 지역에선 극심한 가뭄이 1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라고 해요. 남부지방 강수량이 1973년 이후 가장 적다는 발표가 지난달에 나왔습니다.

전남 완도군에선 1만3000여 명의 주민이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답니다. 마실 물을 생수통에 1인당 2리터씩 지급받아 생활하는 주민들도 있고, 일부 섬 지역은 일주일에 단 하루만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게끔 제한급수를 시행하기도 한대요.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중장기 가뭄 대책을 발표했어요.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 상황에 대비한 계획도 세웠는데, 발표 직후부터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가뭄 대응을 위해 4대강 보를 계속 활용하겠다고 밝힌 부분이 큰 우려를 사고 있어요. 김기범 기자의 기사를 전합니다. 약 2분 분량이에요.

☑️ 환경부가 4월 3일 중장기 가뭄 대책을 발표했다.

☑️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하루 16만t 이상의 용수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때 오염물질이 포함된 ‘사수(死水)’까지 활용해 생활·공업 용수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 이명박 정부 때 만든 4대강 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고, 보에 다시 물을 가두는 방향으로 물 관리 정책을 세우는 중이다.

가뭄 대책으로 '오염수' 쓰겠다는 정부

2023. 04. 03. 김기범 기자

지난 3월20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 주요 식수원인 순천 주암댐이 말라붙어 갈라진 바닥이 드러나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상대적으로 수량이 풍부한 댐의 물을 끌어올 관로를 설치하고, 하수도 공업용수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 오염물질이 많이 포함된 ‘죽은 물’도 사용하고 4대강 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의 심각한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 공급체계를 조정하고, 대체 수자원을 개발해 하루 61만t의 용수를 추가 확보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중장기 가뭄대책을 3일 발표했다. 환경부는 관계기관 협의,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이달 안으로 중장기 가뭄 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중장기 가뭄 대책은 1·2단계로 나뉜다. 1단계 기본대책에는 물 공급체계 조정, 신규 수자원 확보, 수요 관리 및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환경부는 1단계 대책을 통해 영산강·섬진강 유역 댐(주암댐, 수어댐, 섬진강댐, 평림댐, 장흥댐, 동복댐)별로 하루 45만t의 용수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는 주암댐이 광주, 목포 등 영산강 유역 6개 시군에 하루 48만t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하루 10만t)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장흥댐에서 대체 공급할 수 있도록 주암댐과 도수관로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장흥댐과 주암댐 연계로 확보된 여유 물량을 여수산단에 공업용수로 공급할 수 있도록 이사천 취수장부터 여수산단까지 도수관로(45.7㎞)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여수시 공공하수처리시설 내에는 하수 재이용수 생산시설을 설치해 여수산단에 공업용수로 공급할 계획이다. 발전 온배수 등을 활용한 해수 담수화 시설을 건설해 여수산단 내 공업용수가 필요한 업체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간 4200만t의 수돗물 누수를 막기 위해 2035년까지 노후화된 상수관망을 교체·개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연간 누수량 규모는 여수시민이 한해 사용하는 물과 맞먹는다.

2단계 비상대책의 핵심은 기후변화로 ‘극한 가뭄’이 발생할 것을 가정해 최소한의 생활·공업 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루 16만t 이상의 용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댐 저수위보다 아래 수위인 비상 용량과 사수(死水) 용량까지 활용해 생활·공업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사수는 댐의 바닥에서부터 비상방류구 사이의 물인데 대체로 오염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 환경부는 또 섬진강 유량이 풍부한 시기에는 어민 피해가 없는 범위에서 섬진강물을 추가 취수해 산단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환경부는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본류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최대한 활용해 가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본류와 지류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 가뭄 대응 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를 이용해 4대강의 물그릇을 키우는 방안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내세웠던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찾아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금강과 영산강 보 상시개방·해체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섬 지역 중장기 가뭄대책으로는 해수침투 방지, 생활용수 확보 차원의 지하수 저류댐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하수 저류댐은 완도 보길도에 지난해 12월 설치됐으며 신안 우이도 및 대둔도, 완도 청산도, 여수 낭도 등 후보지에 대한 조사·검토가 진행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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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역의 가뭄 기사는 지난 1년간 꾸준히 나왔어요. 볼 때마다 '아직도 해소가 안 됐어?' 싶었습니다.

지난달 가뭄 지역을 직접 방문해 취재한 주영재 기자는 '서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상대적으로 부각됐을 것'이라는 한 전문가의 말을 취재 후기에 인용했는데, 무척 공감되었어요.

언뜻 생각하면 '가뭄 대책' 같은 건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 내놓을 것만 같은데, 관련 기사를 접할 때마다 '역시 모두 정치의 영역이군' 하고 깨닫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 때 크게 논란이 되었던 '4대강' 사업을 어느새 잊고 지냈다는 점도요.

이명박 정부는 2009년에 22조원을 들여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에 16개 보를 지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가뭄과 홍수를 조절하겠다는 게 명분이었어요.

흘러야 할 물을 보에 가두자 녹조 현상이 심해졌고, 그 영향으로 일부 농업 지역에서는 오염된 강물로 기른 농작물에서 맹독성 발암물질까지 나왔습니다.

환경부 모니터링에서 보를 열면 녹조가 줄고 생태가 복원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월 금강과 영산강에 있는 5개 보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체하거나 항상 열어두라고 의결했어요.

그런데, 언제 해체할지 결정을 미루는 동안에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보 사업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했어요.

그 영향은 지금, 가뭄 대응 계획에도 드러나는 중입니다. 일부 지역에서 현재 진행형의 '생존 문제'인 물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만 다뤄지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습니다. 대도시에 살고 있어 무감하지만, 물 부족이 언제 '나의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요.

🔗 "잔뜩 기대했는데 하루 만에 그쳐..."

전남 완도군 넙도에 '1일 급수 6일 단수'가 시행된 지 벌써 325일째랍니다. 봄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강현석·김창효 기자가 주민들을 취재했어요. 인터뷰에선 간만의 비에 대한 반가움과, 짧게 내리고 그친 데 대한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 사람 손 덜 탄 산이 산불을 이긴다

대형 산불이 난 후 어떤 산은 곧 다시 울창해지고 어떤 산은 그렇지 못했다면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인위적 간섭 없이 자연스럽게 활엽수림이 발달한 곳에선 산불이 나도 금방 꺼지고, 숲의 회복 속도도 빠르다고 합니다. 피해 지역들에 김기범 기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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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의 이야기

📬 "저는 서울 성곽 근처에 살았어요. 고층이 아니라 고지대에 살았던 거죠. 어느 순간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동네에 관광을 오더라고요. 그냥 사는 동넨데 왜 관광지가 되었지? 의아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울에 이런 곳이 사라져가니 남아있는 곳이 희소성을 갖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 아닐까요? 소중한 게 남아있을 때 지키는 것도 우리가 해야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헤오라님)

"'위'에서 내려다보는 건축물이 많아질수록 불편함이 커져요. 아래에선 볼 수 없는 세계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현대사회 계급을 드러내는 양상이 건물로 나타나는듯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층 건물은 막을 수 없이 늘어나는데, 불편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생성되어야 누군가는 눈치를 볼테지요."(은아님)

📝 "4월5일 점선면 <집 앞에 초고층 빌딩이 서면 뿌듯할까?>편에 남겨주신 이야기예요.

내가 사는 곳이 다른 사람의 관광지가 되는 게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 같은데요, 헤오라님께서 도시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렇게 된 이유를 분석하셨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서울 성곽, 한양도성의 역사적 가치는 단지 오래 전 돌로 쌓은 구조물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경관까지 포함해야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서울시는 오래 전부터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하려고 애썼는데요, 그러면서도 도성 주변의 고도 제한을 없앤다면 심각한 엇박자 행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높은 건물에서 '계급'을 느끼셨다는 은아님 이야기에는 그저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31층에도 살아보고 14층이나 9층에도 살아봤는데요, 요즘에는 3층에 살다보니 집 안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것들이 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동네 꼬마들이 떼지어 노는 모습이나 나무에 걸터앉은 새, 그 새를 잡으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고양이,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새순 돋은 나무... 어쩌면 위에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세계도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