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지구의 역습,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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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 🌏 지구의 역습, 우리의 선택은?

6분 2023.07.18

극한호우 수해 기후변화 인류세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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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7.18. 화요일

안녕하세요.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며칠간 전국에 무서운 비가 내렸지요. 지난 13일부터 닷새간 전국에 내린 비의 강도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습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지난해 8월 수도권 집중호우,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보다도 많은 비가 왔습니다.

비는 많은 이들의 삶과 생을 앗아갔어요. 17일 오전까지 40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실종됐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태풍·비로 인한 인명피해 중 최대 규모인데요. 기상청이 '극한호우'라며 진작부터 큰 비를 예고했는데도 피해를 막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재난 관리 실패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13명이 사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의 경우 인근 하천이 범람할 것이라는 홍수 경보가 있었음에도 도로 통제 등 어떤 행정 조치도 없었다는 점에서 명백한 '인재'로 보여요. 심지어 지하차도·주차장 사고는 수해 때마다 반복됐는데, 정부는 어째서 예고된 재난조차 대비하지 못한 걸까요?

지난해 수해 때에는 사저로 조기 퇴근을 했던 윤석열 대통령, 올해는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침수 사태 후 AI 예보 등 스마트 기술에 기반한 수해 대응 체계를 구현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았고요.

실종된 재난 대응 체계, 국민 안전에 대한 불감증과 정치적 무책임 등 윤석열 정부의 문제들이 비와 함께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함께 읽을 글은 이번 수해와 정부의 대응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칼럼이에요. 날로 심해지는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는, 정부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칼럼은 약 3분 분량입니다.

☑️ 이번 폭우는 막연한 미래의 일로 여겨진 이상기후가 이미 현재로 닥쳐왔음을 보여준다.

☑️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파괴된 자연은 불안정한 기후·악화된 환경이라는 반격으로 인간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자연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한 위험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숙제가 된다.

인류세의 미래

2023.07.17.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집중호우에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7월16일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 주 내내 비가 내렸다. 작년 8월 수해의 기억이 아직 또렷해 웬만한 약속은 미루고 비 피해가 크지 않기만을 기도했다. 비웃기라도 하듯 사흘간 폭우가 집중된 지역에서 더 많은 사고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기슭이 무너져 내리고, 논과 밭이 물에 잠기고, 댐이 무너졌다. 제방을 밀고 쏟아져 내린 물로 지하도로가 물에 잠기고 여러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오늘도 보금자리를 잃고 수용시설에서 밤을 지새울 수재민이 수천명이나 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19가 왔듯, 이상기후도 그렇게 왔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이야기, 떠내려가는 얼음 조각 위에 서 있는 북극곰의 애처로운 모습은 TV에서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북극곰은 순간적인 연민의 대상일 뿐 인간의 미래로는 여겨지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북극곰과 다른 처지가 아님을, 미래라고 미뤄뒀던 상황이 현재로 닥쳐오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근대사회에서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 시기 자연은 사회 발전을 위해 개척해야 할 대상이 되었고, 인간은 동물과 다르며 자연법칙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인간 예외주의’가 신앙이 되었다. 20세기 중반 훼손된 자연이 인간 삶에 위협이 되자 ‘야생의 자연을 보호하자’는 슬로건이 탄생했다. 여전히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우월한 존재였다.

2000년 인류세(Anthropocene)라는 말이 등장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크뤼천과 생태학자 스토머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의 활동이 지질학적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시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산업화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과 핵 개발로 인한 방사능물질이 지구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 지질학적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로 인한 지구의 파국 가능성을 염려해왔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과 숲의 파괴, 방사능 낙진, 미세플라스틱의 축적, 생물 종의 멸종 등 생태계의 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티핑 포인트’*나 ‘레짐 체인지’* 같은 급격한 변동의 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티핑 포인트: 작은 변화들이 쌓여 거대한 변화가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점

*레짐 체인지: 지배적 이념·가치 등을 뿌리 뽑는 정치 변동

사회과학자들 역시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투르는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고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는 경계선은 이제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인간은 과학기술을 사용한 고도의 행위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동시에 파괴된 자연의 역습이라는 고도의 취약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의 지배에 굴종하는 대상이 아니며, 인간의 파괴 행위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형적인 사례다.

인간의 자연파괴 행위가 과학기술적 합리성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자본주의의 자기증식과 재생산 욕망, 신자유주의 경제의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 논리는 과학기술의 필요를 넘어 개발과 파괴를 가속화한다.

또 21세기에 부활한 냉전 체제는 미국·일본·유럽과 러시아·중국을 양극으로 한 극단적 대립체제를 구축했고 핵무기 개발의 배경이 되어왔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목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된 동아시아 반러·반중 동맹체제에서 적극 가담하고 있다. 그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같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인류세의 미래는 두 방향으로 예측되고 있다. 과학기술에 의한 환경 통제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는 입장과, 고도의 불안정한 기후와 악화된 환경 속에서 인간은 대응능력을 상실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30여년간 지속될 경우 그 피해가 어떤 것일지 당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주 작은 어류와 해초류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이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말란 법은 없다. 또 인간에게만 영향이 없으면 되는 걸까. 인간은 언제까지나 욕망을 끌어안고 비인간, 자연을 파괴할 것인가.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IAEA를 앞세워 추진 중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인류세의 지속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면 허무맹랑한 상상일까? 인류세의 표본지로 캐나다의 크로퍼드 호수가 지정되었고 그 이유가 호수의 퇴적물에서 발견된 플루토늄, 핵폭탄 실험의 흔적이라는 보도는 핵 관련 위험에 대한 상상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숙제임을 시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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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Anthropocene)는 산업화와 핵 개발 등 인간의 활동이 만들어낸 지구의 새로운 상태, 새로운 지질시대를 칭하는 개념입니다.

새 지질시대를 명명하는 과정은 매우 보수적이라 아직 공식화된 개념은 아니지만, 인류세는 벌써 많은 이들이 피부로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당장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세계 곳곳을 덮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기록적인 폭우로 고통받고 있는 건 한국뿐이 아닙니다. 인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곳곳에서 여름철 홍수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어요. 동시에 미국과 유럽 남부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캐나다·스페인·튀르키예 등에서는 산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들 이상기후의 공통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지구온난화입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15도나 올려버린 결과, 인류는 폭염·폭우·산불 등 자연재해의 모습으로 자행되는 지구의 반격에 휩쓸리는 중이지요.

BBC·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윤석열 정부의 대응 부족이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하는 한편, 기후변화로 극단화된 기상현상이 홍수 대비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었음을 함께 짚어내요.

함께 읽어본 신경아 교수의 칼럼 역시 기후변화에 주목했어요. 자연을 정복하고 착취하는 것을 당연시하던 인간의 오랜 습관이, 더는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낯선 모습을 불러왔다는 분석이죠. 이번 장마에서 느꼈듯, 우린 이미 지구의 역습에 허덕이고 있어요. 통제할 수 없는 각종 재해 앞에 대응능력을 잃고 무력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칼럼은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와중에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고 지지한다는 것은, 잘못의 대가를 치르고 있으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에요.

장마는 곧 끝나겠지만 지구의 역습은 이제 시작입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요. 동시에 애초에 이 자연재해를 만들어낸 인간의 영향을 성찰하고 바로잡아야 할 때입니다. 자연을 쓰레기장 취급하는 사고방식을 지금처럼 고수한다면, 상상한 적 없던 거대한 역습이 생각보다 빨리 우리를 덮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인재'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왜 막지 못한 걸까요? 사고 발생 4시간 30분 전, 이미 금강홍수통제소는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에 "차량 통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지만 아무런 행정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어요. 이 사고가 '인재'라 비판받는 이유를 들여다본 기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