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필요할 때만 '우리'죠 😅 독자님, 후덥지근하던 날씨가 조금 서늘해졌어요. 대신 당분간 비가 내리네요. 이번 주는 우산을 잘 챙겨 다녀야겠습니다.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오경민 기자입니다. 낯선 생각으로 데려다주는 뉴스를 좋아해요.
몇 달 전 편의점 앞에서 ‘K-비빔밥’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보고 좀 의아했습니다. 비빔밥은 원래 한국의 음식 이름인데 왜 앞에 K를 붙였을까 하고요. 일본에 J-비빔밥이 있거나 영국에 브릿-비빔밥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게다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상품도 아니고 흔한 편의점 도시락 신메뉴였어요. 배가 고파 편의점을 찾은 한국인에게 '비빔밥은 한국의 음식'이라고 알려줄 필요도 없는데 무슨 의도가 있을까….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하긴, 너무 많은 것들 앞에 K가 붙는 와중 비빔밥 앞에 K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그렇게 대수로운 일은 아닙니다. 당장 포털사이트에 ‘K’를 검색하면 비교적 알려진 K팝·K드라마·K영화뿐 아니라 K소비재·K도서관·K농업·K편의점·K소방·K실험미술 등 여러 명사와 K가 나란히 자리한 것을 볼 수 있어요.
자유기고가 복길은 ‘K-트로트 페스티벌’ 공연에 방문해 저와 비슷한 질문을 떠올립니다. “굳이 앞에 ‘K’를 붙인 이유가 무엇일까?”하고 말이죠.
독자님도 종종 남용되는 ‘ K’ 수식어에 의문이 드셨나요? 칼럼을 읽고 함께 이야기해 보아요. 3분 분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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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기고가 복길은 몇 개월 전 ‘K-트로트 페스티벌’에서 ‘K’란 인증마크의 의미를 생각한다. ☑️ 그는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남들과 멀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 그는 드라마 < 남남>에서 ‘우리’를 벗어나 ‘남’으로 서로를 인정한 주인공 모녀를 떠올리며, 국가와 개인 사이 새로운 관계를 제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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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남남이 되자" 2023.08.25. 복길 자유기고가·<아무튼 예능>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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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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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세계 속의 K콘텐츠!”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볕에 얼굴이 빨갛게 익은 사회자가 비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환호와 박수갈채가 이어지자 그는 <오징어 게임 2>의 제작비가 1000억원대라는 것을 말하고, 미국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3조원을 투자할 거라는 것에 감격하고, 방탄소년단(BTS)의 지민과 정국이 자신과 같은 동네 출신이라는 것을 자랑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내 옆에 앉은 관객이 “우리나라, 진짜 이 작은 나라가, 대단한 거야”라고 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K’란 국가 정책 선전의 복잡성을 깔끔하게 묶어주는 간편한 인증 마크가 되었다는 사실을. 내가 속한 국가와 국민성에 감탄하는 것은 삶의 시름을 일시적으로 달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트로트를 듣는 경험과 비슷한 데가 있다. 그 찰나의 달콤함이 각각 ‘국뽕 유튜브’와 ‘행사용 뽕짝’이란 부작용을 낳은 것까지도. 아무튼 그날 나는 흠뻑 한국인이 되어 ‘사랑’이 아닌 ‘싸랑’을 부르짖고, 처음 보는 중년들과 흥을 나눴다. 날이 어두워지자 행사의 종료를 알리는 불꽃놀이가 시작되었고, 얼굴에 취기가 오른 사회자가 등장해 또 한 번 벅차게 외쳤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우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우리의 위대한 대한민국!”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대체 막걸리에 취해 비틀대는 내 모습이 위대한 대한민국과 무슨 상관인가? 왜 ‘우리’를 외칠수록 점점 더 남들과 멀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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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남남>의 한 장면. KT 스튜디오 지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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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남남>은 10대 미혼모였던 은미와 그의 딸 진희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서로가 서로의 전부였던 두 모녀는 연애와 직장, 사회적 사건들에 영향을 받으며 관계의 변화를 겪는다. 그러다 진희의 생부 진홍이 30년 만에 나타나고, 은미가 그와 교제를 시작하면서 두 모녀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그 원인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난다. 살면서 발생하는 많은 불안들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무마해온 모녀는, 더 이상 그런 방식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며 하나뿐인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를 ‘남’으로 인정하고 각자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오랫동안 서로 깊이 의존해온 모녀는 그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진정한 독립을 하게 되고 ‘남’으로 함께하면서 ‘우리’의 행복을 찾는다. 수만명의 관중이 환호하는 K팝 스타의 해외 투어 무대를 보고 나면 기꺼이 그들과 ‘우리’로 묶이고 싶기도 하지만, 그들의 성공이 행정의 실패를 무마하는 것에 동원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역시 사람은 ‘우리’보단 ‘남’이 되어야 더욱 행복한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의 활약이 국가의 인지도를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인식의 제고가 현실을 반영하지는 못하기에 ‘국뽕’이란 늘 뒷맛이 공허하며 ‘우리’라는 전략적 관계는 불편하고, 어색하다. 필요할 때만 ‘우리’가 되지 말고, 그냥 철저히 ‘남남’이 되자. 그러면 만물에 ‘K’마크를 달 이유도, 인간이 딱히 위대하거나, 자랑스러워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헛된 곳에 힘을 쓰지 않는 사회는 서로를 돌볼 여력이 생기고, 그 힘이야말로 진정한 국가의 저력일 것이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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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사’의 형태로 먼저 쓰였고,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은 역시 ‘K팝’이지요. 자유기고가 복길은 칼럼에서 "K팝 스타의 성공이 행정의 실패를 무마하는 것에 동원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며 "역시 사람은 ‘우리’보단 ‘남’이 되어야 더욱 행복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복길이 말한 '일련의 사태'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와 관련한 소동을 가리키는 듯합니다. 8월6일 전북 새만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콘서트는 잼버리 행사가 파행하면서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졌어요. 수만 명이 결집하는 행사인데 갑자기 일정과 장소가 바뀌면서 대혼란이 빚어졌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BTS가 공연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해 대중의 뭇매를 맞았고요, 정부는 일정이 맞는 가수를 섭외하느라 동분서주했습니다. 같은 날 예정이었던 KBS <뮤직뱅크>는 결방했고, 공공기관 직원 1000여명이 콘서트 진행에 동원되기도 했죠. 하이브와 카카오는 K팝 스타들의 포토카드 등이 들어있는 기념품을 제공했어요. 정부는 "자발적"이라고 강조했고요. 결국 BTS가 무대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뉴진스·NCT 드림·있지(ITZY) 등 18개의 '간판급' K팝 그룹이 공연했어요. 많은 팬이 "가수들이 모란봉악단이냐" "유신시대냐"며 잼버리 파행이라는 정부 실책을 K팝 콘서트로 무마하려는 시도를 비판했습니다. 해외 언론도 급조된 K팝 콘서트를 두고 "전체주의적 사고를 드러냈다"고 보도했고요. "금반지 정신으로 돌아가면 못 할 게 없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한 말은 정부가 가수, 방송사, 공공기관, 사기업을 가릴 것 없이 총동원한 바탕에 깔린 생각을 보여줍니다. 잼버리 행사 파행을 'IMF 경제위기'에 빗대 '금 모으기 정신' 혹은 '애국심'으로 '우리'가 다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죠. 그에 따르면 K팝 스타, K방송사, K공공기관, K사기업은 K잼버리 수습을 위해 '자발적으로' 총력을 다해야 마땅합니다. 한국인이라면 'K'라는 이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K가 붙는 무엇인가를 응원해야 할 것 같고, 그것이 국제적인 성과를 이루면 어쩐지 자랑스러워지곤 하지요. K는 ‘우리’를 강조하는 이름입니다. 복길의 말처럼 “삶의 시름을 일시적으로 달래”는 데 ‘국뽕’을 사용한다면 나쁠 게 없겠으나, 문제는 허울뿐인 ‘우리’라는 구호 때문에 ‘나’가 존중받지 못할 때입니다. 공동체, 국가, 이념 등을 개인보다 우위에 두는 것, ‘나’보다 ‘우리’를 우선시하는 것은 전체주의의 메커니즘입니다. 복길은 “필요할 때만 ‘우리’가 되지 말고 차라리 철저히 ‘남남’이 되자”고 말합니다. 각자도생의 사회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헛된 곳에 힘을 쓰지 않는 사회”여야 “서로 돌볼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K’의 이름으로 필요할 때만 도움을 요청하면서 정작 공동체 구성원을 위기에서 구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회가 아닌, 억울한 데 힘 빼지 않고 에너지를 비축해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는 사회를 상상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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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영화평론가가 최근 영화관 박스오피스 1, 2위를 다투는 <오펜하이머>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함께 다룹니다. 강 평론가는 국적도, 언어도, 배경도, 장르도 다른 두 작품에서 “내부자와 외부자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읽어냅니다. 매카시즘과 혐오의 시대, 소수 집권세력과 다른 말을 하면 '반국가' 세력으로 몰리는 불행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전문)를 조목조목 뜯어보는 기사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 경축사에서 16번이나 ‘우리’라는 말을 활용했어요.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향해서는 ‘야비’ ‘패륜적 공작’ 등 표현을 사용해 적의를 드러냈고요. 시민사회는 윤 대통령의 경축사를 '역사의식 부족' '시민사회 공격' '분열 조장'의 종합판이라며 비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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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문제와 앞으로 예측될 언론의 문제가 정리된 점이 좋았어요. 방통위원장, KBS·EBS·방문진 이사진, 방통심의위원까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연일 해임되고 있는데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설명된 기사가 좋았습니다. 정치권의 추천으로 이뤄져 왔던 방송 이사회 결정 구조가 이 모양을 만들어 내네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도 엿보이고요.” (루나님) 레터를 보내드린 8월25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됐습니다. 이 위원장은 28일 취임식에서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 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 뉴스를 확산해왔다"고 주장하며, 공영방송 축소·민영화를 시사했죠. '시사'는 곧바로 '행동'이 됐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보궐이사를 임명했거든요. 루나님 말씀처럼 공영방송을 정부 입맛에 맞춰 "갈아치운다"는 논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어요. 반복되는 문제를 고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인지,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들여다봐야 하겠습니다. 점선면팀은 앞으로도 공영방송 민영화 이슈를 주의 깊게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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