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레터

🍓잼버리에서 확인한 '여가부' 위치

7분 2023.08.11

잼버리 여가부 국과수 싸우는여자들 파도 위의 여성들

🧡 Season3 🧡

VOL 21 . 2023.08.04~08.10

Editor's Note

잼버리에서 확인한 '여가부' 위치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한 현 정권에서 여가부가 보여준 행보를 따라가다 만난 무능함에 불행히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잼버리)에서 보인 여가부의 대응을 말하는 겁니다. 동시에 두루뭉술하고 관망하는 듯한 태도가 여가부의 현 위치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번 정부 들어 여가부는 꾸준히 '여성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면서도 본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논리를 펼치는데 몰두했습니다. 여가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아도 "더 큰 부서와 통합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논리입니다. 결과적으로 주요 역할을 '포기'한 부처의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없습니다. 여가부의 행보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잼버리 준비 작업에서 여가부의 위치를 대조해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2021년 국무조정실은 '제1차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를 열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주무부처인 여가부와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3월 열린 '제2차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에선 여가부의 흔적을 찾기 어렵습니다.

희미해진 여가부의 역할을 새삼 알게 된 건 김 장관의 발언 때문입니다. 김 장관은 이번 잼버리에서 제기된 성범죄 부실 대응 의혹에 대해 "경미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중심 대처를 원칙으로 할 때 경솔하고, 나태한 발언입니다. 무엇보다 "아동·청소년 성보호 시스템 구축 지원" 최일선에서 일하는 부처 장관의 발언으로도 부적절합니다. 😡

조직위원회 구성도 이번 정부 들어 변화가 있었는데요. 재작년에 발표한 조직위는 '여가부, 전라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 정부 부처로는 여가부가 유일했습니다. 올해는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포함돼 늘었습니다. 무능의 책임이 어느 부처에 더 있는지를 따지는 건 별도로 해야 할 작업일 겁니다. 다만 여가부가 "조직위 구성도 늘었는데 현재 모든 책임의 화살을 받고 있다"고 억울해한다면, 그마저도 자초한 것임을 알았으면 합니다.

김 장관이 여가부 폐지에 집중하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을 못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더 정확하게는, 여가부 폐지 담론에 빠져 본래 부여된 '권한'마저 줄어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 원했거나 빼앗겼거나 중요하진 않아요.

이런 결과를 '여가부 폐지' 입장을 견지하는 김 장관이 바랐다면 성공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역시나 이때다 싶어 여가부의 무능을 부각해 '폐지론'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있으니까요. 여기서 분명하게 짚어야겠습니다. 부처의 무능인지, 장관 개인의 무지함이 불러온 결과인지를 말입니다. 혹은 대통령이 공약으로까지 내세우고 추진하려는 '여가부 폐지' 요구 흐름 때문인지를 말이죠.

잼버리 행사는 끝까지 강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돌 가수들을 무대에 세우는 문제로 끝까지 시끄러운데, 어쨌든 끝은 나겠죠. 이후 책임을 묻는 시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방향과 지점에 날을 세우고 지켜보려고 합니다.

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광고·협업 문의는 flat@khan.kr

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마약 감별만 20년 국과수 여성 연구관, "나는 정교한 과학 부품"

흉기난동과 같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제 마약검사 여부를 '당연'하게 묻는 시대입니다. 교통사고에서도 졸음운전보다 '마약 투약'을 먼저 의심합니다. 성범죄도 마약을 탔는지 의심해야 합니다. 😥 마약과의 전쟁은 끝날 수 있는 걸까요?

마약과 '싸우는' 김지현 국과수 연구관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봐요. 싸우는 여자들 5번째 이야깁니다. 감정건수로 마약이 사회 곳곳에 퍼졌음을 체감하고, 마약성분 분석을 통해 신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확인하는 김 연구관은 어느덧 올해 20년이 된 '마약 감정 베테랑'입니다.

요즘은 "하루에 적으면 30건(명), 많게는 50건(명)까지 들어오는 게" 일상입니다. 클럽용 마약이라고 불리는 '케타민'에 대한 감정건수가 늘어난 것도 특징입니다. 하나의 감정물에 대한 마약성분 분석 시간은 약 4시간이라고 해요. 마약 케타민은 예비실험으로 걸러지지 않아 처음부터 정밀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니 "실험실에서 산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

'마약 감정 베테랑'인 그도 최근 늘어난 10대들의 마약 투약이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김 연구관은 "마약을 한번 접하고 이후 내성이 생겨 강도를 높여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중독될 수 있는 거다. 10대들의 마약이 더 위험한 이유다" 라면서 "마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몇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직접 실험실에 들어가 분석 장비가 가동되는 현장을 영상으로도 담았는데요. 길이가 짧으니 한 번씩 들러주세요. :)

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우승 후보'로 꼽히던 FIFA 랭킹 2위 독일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비록 승리로 마무리 짓지는 못했지만, 승점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둔 건데요. 1~2차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한국은 전반 6분 조소현의 득점으로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조소현이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을 터뜨렸습니다. 이로써 1무2패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이기지 않았지만 잘 싸웠다, 한국 여자 축구 '유종의 미'

📌 부산에서 AI로 그려진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한 피의자가 구속기소 되는 첫 사례가 나왔습니다. 부산지검은 노트북에 있는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아가 신체를 노출하고 성적 행위를 하는 모습의 이미지 파일 360건을 만들어 소지한 40대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법원은 가상 아동·청소년 캐릭터가 나오는 성착취물을 제작, 배포, 소지한 행위도 처벌하는 추세입니다.

✔AI 이용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소지도 법적 처벌 받는다

📌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성별 근로소득 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남녀 간 근로소득이 연간 평균 약 2000만원의 격차를 보였습니다. 1인당 평균 급여로는 남성이 4884만9000원, 여성이 2942만7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 근로자의 평균 급여는 남성 평균 급여의 60.2% 수준이었습니다. 남성 근로자가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0만2000원을 받은 셈입니다.

✔여성근로자, 남성에 비해 연평균 2000만원 덜 받는다

문화가 있는 플랫 : 함께 영화 봐요

📽️ 영화 같이 볼래요?

제가 소개하고 싶은 영화를 입주자분들과 같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준비해봤어요. '안전한' 임신중지권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네덜란드 산부인과 의사 레베카 곰퍼츠의 활동을 다룬 영화 '파도 위의 여성들' 입니다.

곰퍼츠는 안전한 임신중단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파도 위의 여성들'을 설립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인턴십을 하며 음성적이고 위험한 시술로 죽거나 다치는 여성들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해요. 이후 이 단체는 인공임신중단이 불법인 나라의 여성들을 네덜란드 국적의 선박에 태워 공해상까지 나간 뒤 약물을 통한 임신중단 시술을 해 왔습니다.

이 영화는 2014년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곰퍼츠는 2018년 한국에 방문해 "임신중단 방식에 대한 여성들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됐던 영아 유기·살해 사건에서 임신중지권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여성에게 선택권조차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레터에서 담은 내용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었던 터라 개인적으로 '임신중지권'에 대해 더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싶은데 현재 OTT에서 볼 수가 없는 터라, 여성인권영화제 측에 문의해 직접 상영 신청하게 됐어요.✌️

이렇게 된 거 다같이 영화를 보면 어떨까 싶어서 일을 벌이게 됐습니다.😅 지금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영화입니다. 보고 싶지 않나요!?

그렇다면...(!!) 함께 봐요. 🤗

이제 정말 중요한 공지 나갑니다!✨ 영화는 8월25일 오후 7시30분에 경향신문 여다향(7층)에서 상영됩니다. 선착순 20명을 모집합니다. 아래 링크에 들어가셔서 직접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오늘부터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클릭하시면 상세 설명이 나와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

👉 함께 영화 보실 분 '클릭' 해주세요

영화 상영 마치고 간단히 이야기도 나눠요. 임신중지권 관련 기획보도를 한 기자들을 '어렵게' 섭외했답니다. 혹시 보도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영화를 보러 오시기 전에 '피드백 남기기' 혹은 '플랫 이메일(flat@khan.kr)' 등으로 미리 질문 주세요. 30분 정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매번 소개만 하다가 직접 만나서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눌 생각을 하니 제가 더 떨리네요.🤭 팔 벌려 기다리고 있을게요. 곧 만나요.🖐️

📌 [알림]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도서 증정 이벤트가 입주자분들의 소중한 관심 속에 잘 마무리됐습니다.👏 오늘 당첨자분들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부키 출판사에서 직접 연락이 갈 겁니다. 신청해주신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증정용 도서가 10권으로 한정돼 있어 신청한 분들 모두에게 드리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겁니다..!

10명 선정은 "현재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 "책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내용을 공유해 주신 분들을 우선 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아픈 이유를 찾기 위해 각종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는 사연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여성의 질병에 대해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책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플랫 우체통

우리 대화 나눠요

💌 To.Flat

지난회차 레터를 읽은 독자분들의 피드백입니다.

👤돌봄 관련해서 다뤄주신 기사가 너무 좋았습니다. k-장녀로서 최근 계속해서 돌봄에 대한 고민을 했거든요. 특히 중간에 인용된 김민지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의 말이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독박 돌봄을 보며 많은 생각이 일었어요. 저희 어머니는 치매 걸린 친할아버지를 오래 모셨고, 이후에는 치매 걸린 외할아버지를, 지금은 외할머니를 마저 모시며 살고 있어요. 함께 사는 아버지는 본인의 아버지임에도 회사 때문에 돌봄으로부터 자유로웠고... 지금은 일을 하시지 않음에도 돌봄은 온전히 저희 어머니의 몫이네요. 외가댁은 어머니가 장녀로, 밑으로 네 명의 남동생이 있습니다만 돌봄은 늘 저희 어머니의 몫이더라고요. 저도 K-장녀라서 부모님의 돌봄을 당연스레 제 몫으로 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참, 마음이 그렇네요. 수많은 K-장녀들의 어머니와 어머니와 어머니들이 오래도록 수행해 온 일들을 딸과 딸과 딸들이 보고 배울 수밖에 없던 거겠죠? 돌봄이 정말 당연스레 여성의 몫이 아닐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 너무 좋았어요! 댄스가스 유랑단 요즘 제일 좋아하는 프로인데, 여성 서사 영화, 드라마가 점점 많이 만들어져서 정말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