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논쟁 2라운드

2013.01.15 21:44
남재일 | 경북대 교수·신문방송학

자발적 성매매에 대한 형사처벌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서울북부지법이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한 여성의 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받아들인 게 발단이다. 이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여성은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인 간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수용한 부분도 여기까지다. 포주의 알선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성매매의 전반적 금지는 논외이다. 하지만 자발적 성매매에 대한 인정은 다른 조항에 논리적 문제를 야기해 불법화 자체의 법적 근간을 뒤흔들 소지도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든 폭넓은 사회적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성매매는 철학적 관점과 정치적 입장, 윤리적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판단이 가능한 사안이다. 한 순간의 법적 결정으로 사회적 통념을 바꿔놓기도, 법제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성매매에 대한 철학적·성정치적 논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이 바탕 위에서 법제도적 해결을 기대해야 맞다. 그래야 불법화의 실질적 효력이든 합법화의 문화적 수용이든 실질적 정책이 가능해진다.

[경향논단]성매매 논쟁 2라운드

그런데 현재의 성매매 담론은 법제도적 차원에 한정돼 있고, 그나마 논란의 중심축은 불법화를 고수하는 다수의 여성과 합법화를 주장하는 보수적 남성의 대립이다. 성노동권을 주장하는 성매매 여성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주변부로 밀려 있다. 논란의 쟁점도 아이러니하다. 불법화의 논거는 성상품화 반대, 성산업 규제, 성매매 여성 보호 등이다. 간단히 말해 성매매를 사회경제적 강자인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돈을 매개로 착취하는 구조적 성폭력의 한 형태로 본다.

현행법의 철학적성정치적 입장에 맞서 합법화를 주장하는 보수적 남성의 논거는 남성의 행복추구권, 성폭력 예방·금지의 현실 무용론 등이다. 이 논거들의 공통점은 ‘남성 성욕 절제 불가능론’에 기초한다는 것. 즉 성매매 여성을 남성의 성욕을 사회적으로 조절하는 도구적 존재로 설정한다. 그래서 절실하게 이용하면서 멸시하는 분열적 태도를 보인다. 이런 행태는 성매매 여성을 성욕 해소의 도구적 존재로, 집단적 죄의식을 전가하는 희생양으로 이중적으로 착취한다. 가장 나쁜 형태의 집단폭력인 셈이다. 이 논거에 의한 성매매 합법화는 명백한 성정치적 퇴행이다.

그런데 성노동자들과 그 지지자들의 입장도 법제도적 지평에서는 합법화라는 동일한 해결책으로 귀결된다. 물론 논거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사회적 조절기제로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설정하는 도구적 관점을 거부한다. 이와 무관하게 성노동을 정당한 직업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성상품화’에 대해서는 왜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성상품화인 성매매만 형사처벌을 하는가라고 묻는다. ‘여성보호’에 대해서는 성매매 여성의 권리를 묵살하고 보호의 이름으로 범죄자이며 피해자로 낙인찍는다고 항변한다. 한마디로 성매매 정책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 박탈당하고 배제된 객체라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이 스스로 헌법소원을 신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제기된 7건의 헌법소원 중 4건은 성매수 남성들이, 나머지 3건은 성매매업소 건물주들이 제기한 것이다. 논란의 주체가 현행법과 성정치적 강자인 보수적 남성에서 현행법과 성정치적 약자이자 절대적인 정치적 약자인 성노동자로 이동했다는 얘기다. 성매매특별법의 제정이 보수적 남성과의 전선에서 성취한 여성 전체의 성정치적 진보인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제 그 법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인 성노동자를 배제하는 차별의 계급정치란 항변에 직면했다. 가장 핍박받는 자들이 법의 그물망 위로 상처 입은 얼굴을 들이밀고 쳐다봐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피를 닦아주고 껴안을지, 머리를 눌러 다시 시야에서 지워버릴지, 법의 대응이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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