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외면 않기: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

2024.05.09 20:21 입력 2024.05.09 20:25 수정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불편한 진실 외면 않기: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

연금개혁을 위한 500인 공론화위원회 선택이 이뤄진 지도 제법 지났다.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높이는 안(대안 1), 보험료율은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안(대안 2) 중에서 선택하도록 한 결과 56.0%가 대안 1을, 42.6%가 대안 2를 각각 택했다. 대안 1이 다수안이 된 것이다.

애초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금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재정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혁안’이 되려면, 최소한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이 담겨야 한다. 대안 1을 선호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도 원안대로 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절충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을 제시하였다. 한편 대안 2를 선호한 여당 측에서는 보험료율 13%에는 동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은 조금 더 낮은 43%를 제시하였다.

공론화위원회의 선택이 끝났으니 남은 일은 국회가 그 결과를 반영하여 개혁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안의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는 끝내 불발됐다. 21대 국회 연금개혁위원회는 연금개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며 지난 7일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여야가 보험료율은 4%포인트 올리기로 조율하고도 소득대체율 2%포인트 차이를 두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의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갔지만 연금특위가 언제 구성될지는 미지수다.

수지 균형·적립금 규모 유지가 답

보험료율 1%로 감당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은 보수적으로 추정하면 2%, 낙관적으로 추정하면 2.5%가 조금 넘는다.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5%면 현행보다 보험료율은 4%포인트 높고 소득대체율은 5%포인트 높다. 낙관적인 추정을 택하면, 올리는 보험료율 중 2%는 높아진 소득대체율 감당에 사용하고, 남는 보험료율 2%만큼 재정이 개선된다. 소득대체율을 43%로 하면 남는 보험료율 2.8%만큼 재정이 개선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둘 다 현행보다는 재정을 개선한다. 게다가 높아진 소득대체율만큼 소득보장도 강화하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로 정하거나 혹은 둘의 타협안, 이를테면 소득대체율 44%로 결정하는 게 맞는 것도 같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 결론이 나든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연금개혁에서 재정 안정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완전한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조건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목표와 조건을 올바로 알아야 달성 방안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면, 기금 고갈 시점은 현행 제도에서 예상되는 2055년보다 8년 늦춰진 2063년이 된다. 소득대체율이 43%면 9년 늦춰진 2064년이 된다. 그런데 기금 소진 이후에 급여 지출 충당에 필요한 보험료율은 두 대안 모두 30%가 훌쩍 넘는다. 소득대체율 45%에서는 최고 39%가 넘고, 43%에서는 최고 37%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이 내는 것이라 수용성이 없다. 설령 보험료율을 수지 균형을 맞추는 수준인 17%로 올리고 부족분은 조세로 충당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때 한국의 고령화율은 40%가 훨씬 넘는다. 그러면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기초연금 등 고령 관련 지출도 현행보다 대폭 늘어난다. 그래서 보험료와 조세를 모두 합친 국민부담률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국내총생산(GDP)의 40%가 훨씬 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 급여 충당을 위해 얼마나 국고를 염출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까? 해답은 명확하다. 어떤 소득대체율에서든, 빠른 기간 내(향후 5~10년 이내)에 수지 균형을 맞추는 수준으로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이 40%일 때의 수지 균형 보험료율은, 기금 운용수익률을 제법 높이고 수급 개시 연령도 상향한다는 전제하에서, 15%이다. 소득대체율이 44%면 16.5%가 된다. 이 보험료율에서는 낸 것(+운용수익)만큼 받으므로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다. 또한 이는 기금이 소진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상당 규모의 적립금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적립금 운용수익으로 꾸준히 재원을 보충할 수 있기에, 보험료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 정리하면, 연금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조건은 ‘낸 것(+운용수익)만큼 받을 것’ 그리고 ‘상당 규모의 적립금을 유지할 것’이다.

더 악화 전에 가능한 해법 내놔야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13%의 보험료율은 지속 가능성 확보의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올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제시했을 것이다. 일단 그만큼이라도 올린 뒤, 그 이상의 보험료율 인상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는 심산일 것이다. 균형 수준의 보험료율 상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은 이해한다. 그런데 늦게 올릴수록 장기적인 적립금 유지에 필요한 보험료율은 계속 높아진다. (소득대체율 40% 기준으로) 지금부터 10년 이내면 15%이지만, 10년 뒤부터 10년 이내면 18%가 되어야 하는 식이다.

지금 15%로 높이는 것이 힘들다면, 10년 뒤에 18%로 높이는 것은 쉽겠는가.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불편하다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다. 외면하면 악화할 뿐이니, 지금 가능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중 하나로 국고 투입도 고려할 수 있다. 단, 국고를 투입하려면 이를 위한 목적세를 신설해야 한다. 분명한 재원 원천 없이 국고를 투입하면 결국 나랏빚을 늘린다. 그럼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기는 매일반이다. 목적세 신설은 조심스럽지만, 이미 보험료 납입 기간이 지난 세대도 재원을 부담한다는 장점이 있다. 아, 기왕에 목적세로 재원을 마련한다면, 여기에 ‘미래세대 부담 나눠지기세’ 혹은 ‘세대 간 상생협력세’ 같은 이름도 붙이자. 그럼 기성세대로서 청년세대에게 조금은 면이 설 것 같다.

사족) 나는 지속 가능성 확보 조건만 충족한다면, 어떤 소득대체율도 받아들이겠다. 소득대체율이 어찌 결론 나든, 제발 지속 가능성 확보 방안도 함께 가자.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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