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우상은 무협소설가

2014.10.02 20:58 입력 2014.10.15 15:17 수정
홍인표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1977년 10월, 일본을 찾았던 중국 국무원 소속 야금공업부 대표단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딸 수 있는 캔 음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중국은 통조림을 열려면 별도의 도구가 필요했다. 신닛테쓰(新日鐵·현재 신닛테쓰 스미킨) 가동으로 일본 철강 생산량이 중국보다 5배 많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일본은 변변한 철광산이나 석탄 탄광도 없고 석회석도 수입을 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귀국한 뒤 공산당 지도부에 보고를 했고, 이것이 이듬해인 1978년 상하이 바오산(寶山)강철 공장 착공으로 이어졌다.

[홍인표의 차이나칼럼]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우상은 무협소설가

하지만 지금 중국 상황을 보면 상전벽해라고 할 만하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철강생산량은 4억1200만t을 기록했다. 세계에서 으뜸인 것은 물론 세계 전체 철강생산량의 절반에 이른다. 생산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생산과잉으로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철강 생산에 따른 환경오염도 심각한 문제다.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河北)성이 철강 생산을 많이 해 환경을 해치는 바람에 가뜩이나 좋지 않은 베이징 공기를 더욱 나쁘게 만들고 있다.

1990년대 중국 붕괴론이 서방학자들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그들은 중국이 서구방식, 국제표준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 모순이 두드러져 필연적으로 무너진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그들의 예언은 보기좋게 틀렸다. 오히려 중국 경제는 해마다 10% 이상 성장했다. 2014년 기준 포천 500대 기업에 들어간 중국 대기업은 95개로 미국(128개)을 쫓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최근 뉴욕 증시 상장으로 시가 총액이 2314억달러를 기록해 구글에 이어 세계 제2의 정보기술(IT) 업체로 떠올랐다. 불과 창업 15년 만의 일이다. 하루 평균 3억명이 알리바바 사이트를 방문하고, 5000만명이 계약을 하고, 1억5000만개의 소포가 주문한 고객에게 배달되고 있다. 전자 상거래라는 플랫폼을 통해 중국 전역의 이름 없는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이 만든 제품이 세계 고객과 연결되면서 하루아침에 대박을 터뜨렸다.

알리바바의 필살기는 무료 전략이었다. 미국의 이베이를 비롯해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판매 수수료를 챙겼다면, 알리바바는 공짜로 고객과 판매업자를 연결시켜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홍콩 무협소설의 대가 진융(金庸) 소설을 즐겨 읽어 진융을 우상으로 모신다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기발한 발상에 승부를 걸었다. 처음부터 돈 벌 생각은 말자, 일단 시장을 키운 다음에 돈을 벌자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이베이는 결국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알리바바 천하가 되고 말았다.

민간기업들의 선전은 알리바바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 서비스 전문업체 텐센트는 중국의 온라인 게임과 메신저 시장, 검색 엔진 바이두는 검색시장을 각각 80% 장악하고 있다. 휴대전화 업체 샤오미는 중저가 시장을 휩쓸고 있다. 중국 정부 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민간 기업 특유의 새로운 발상이나 신선한 아이디어, 마케팅이 주효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이 잘나간다고 해서 만사형통일 수는 없다. 문제가 있으면 국가나 공권력이 적극 나서서 챙겨야 한다. 이를테면 기초교육이나 공공의료, 주택 문제는 시장에만 내버려둘 수 없다.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집안이 망한다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도시 빈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 보면 일정한 수준의 성장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과제다. 성장을 해야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고 그래야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에만 치중할 경우 환경파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중국의 현재 상황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시장이 가져다주는 효율을 최대한 높이되 사회 양극화를 줄이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중국의 지니계수(사회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는 2012년 말 현재 0.73에 이른다. 지니계수가 0.5를 넘으면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빈부격차 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2년차를 맞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내부적으로는 반부패 정풍운동과 각종 개혁을 추진하면서 분위기를 일신하고 있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 성장과 기업의 화려한 성공에서 소외된 세력의 불만을 챙기고 서둘러 고쳐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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