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독주로 막내린 중국의 집단지도체제

2014.11.13 20:37 입력 2014.11.13 20:57 수정
홍인표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중국 베이징 도심 한복판에 있는 중난하이(中南海)는 중국 정치의 핵심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내각)이 거대한 인공호수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지도자들의 집무실과 관저도 함께 있다.

[홍인표의 차이나칼럼]시진핑 독주로 막내린 중국의 집단지도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11일 저녁 중난하이 함원전에 초청해 만찬을 베풀었다. 청나라 광서황제가 개혁을 위해 무술변법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뒤 서태후 명령으로 유폐되었다가 세상을 떠난 곳이다.

시진핑 주석이 은밀한 공간인 중난하이에 오바마 대통령을 만찬 초대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까운 사이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동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난하이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중국의 근대사, 현대사를 이해해야 중국 국민들의 이상과 나아가는 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그가 정치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의 꿈을 설명한 것이다. 당초 중국 일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임기 레임덕 (집권말기 나타나는 지도력 공백 현상)을 맞고 있어 양국 정상회담에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측 배려는 각별했다. 12일 인민대회당에서 공식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국빈만찬에는 권력 서열 4위부터 7위까지 모두 5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출동했다. 만찬에 참석하지 못한 리커창 총리와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별도로 만나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격적으로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태평양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겨 있는 포석이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는 막을 내렸고, 다극화 체제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맞아 중국은 이를 주도할 능력이 있음을 국내외에 과시했다. APEC 정상회의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 추진을 인정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맞서는 성격이 있었지만 중국은 보란 듯이 관철시켰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의 꿈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역내 공동발전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10번째 만남에서 두 나라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반면 아베 일본총리와의 첫 만남에서는 과거 일본 정부가 약속한 것을 지키라면서 아베의 역사인식을 나무랐다. 주변국가들도 각별하게 챙겼다. A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웃나라인 몽골, 미얀마, 캄보디아 등 국가원수를 초청해 별도 모임을 가졌다. 과거 실크로드를 재현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인프라 투자에 들어가는 실크로드 기금으로 400억달러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그가 APEC 회담장에 앉아 있을 때나 입장할 때 한쪽에 오바마 대통령, 다른 한쪽에 푸틴 대통령이 있었다. 그가 주연이고, 나머지 사람은 조연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최근 출범시킨 것도 아시아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하는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에 맞서겠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1월15일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공산당 일인자인 총서기에 올랐다. 지난 2년 동안 그는 당·정·군 3대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반부패 정풍운동으로 당과 정부의 공직기강을 제대로 잡았다. 얼마 전에 끝난 중국 공산당 18기4중전회(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법치 강화를 다짐했다. 국정운영을 법에 따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총구는 권력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도 있듯이, 군부 장악도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이다. 그는 총서기 취임과 동시에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은 뒤 군부개혁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군부의 절대적인 충성을 약속받았다. 내치에다 외교까지 눈부신 성과를 내면서 시진핑 주석은 세계적인 지도자 반열에 성큼 올라섰다. APEC 정상회의는 그가 집권 2년 만에 황제와 같은 절대적인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동안 중국 지도부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균형과 견제를 이루는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막강한 리더십을 선보이면서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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