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는 최신음악

2016.03.18 20:37 입력 2016.03.18 20:40 수정
임진모 | 대중음악평론가

국내에서도 비틀스의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한 30대 초반 음악팬은 스마트폰으로 비틀스 음악을 듣는 만족감을 ‘간만의 음악적 축복’으로 표현했다. 비틀스에 관한 한 우리는 물론, 외국도 얼마 전까지는 CD를 사서 들어야 했다. 20~30대 이용고객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소식을 보면 그동안 비틀스를 듣기 어려웠던 ‘밀레니얼’ 세대가 전설의 비틀스와 간격을 좁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임진모 칼럼]소외되는 최신음악

기성세대와 친숙했던 음악가들이 세월이 흘렀어도 대물림에 성공해 뒷세대와 무난히 접합하는 것은 세대 동행과 다양성 확대의 측면에서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 젊은이들도 “소비로 흐르는 요즘 음악보다는 옛날의 순수한 음악이 좋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1970~80년대, 흔히 음악의 전성기로 불리는 그때를 장식했던 전설이 잇따라 젊은 세대들에게 소환되고 있다. 관심과 형세를 지금 맹렬히 달리는 요즘 가수들보다는 활동하지도 않는 레전드들이 쥔 형국이다.

또한 올해 들어 데이비드 보위, ‘이글스’의 글렌 프라이,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모리스 화이트,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의 키스 에머슨 등등 굵직한 해외 전설들이 줄줄이 타계하면서 상황이 더욱 왕년 쪽으로 향하고 있다. ‘과거가 현재를 무릎 꿇리는’ 독특한 시제 환경에 처한 것이다. 음악 관계자들은 “앞으로 우리나 외국이나 유망주의 새 음원 발표보다는 전설들의 부고를 전하는 데 에너지를 할애해야 할 판”이라며 “그래미상 시상식부터가 ‘추모 그래미’로 바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래된 미래 혹은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옛날의 것이라고 ‘미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옛 음악’이란 말은 전설의 음악이 근래의 음악에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치는 게 고금의 진리임을 웅변한다.

하지만 과거는 현재의 상황이 나름 견고할 때 가치를 발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음악소비자들의 체감 숫자가 하향하고 있는 현실에서 ‘근래 음악’이 갖는 심리적 위상이 허약하다는 데 있다. 젊음이 주도하는 최신 음악이 소비자들과 정력적으로 겹치고 원활하게 가지를 창출하는 움직임 속에서 과거가 의미를 갖는 것이지, 현재가 부실한데 과거가 중심에 서버리면 그것은 퇴행이며 건강과 앞날의 가능성을 구할 수는 없다.

요즘 음악계를 보면 주류 판을 리드해오던 아이돌 댄스음악도 축 처져 기운이 없어 보인다. 인디든 주류든 부쩍 밴드 해산도 잦아진 인상이다. 그룹이 깨지는 것은 구성원들의 갈등도 있겠지만 ‘좋은 음악이 팬들을 인양하는’ 선순환 구조의 부실에 기인하는 가여운 초상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앨범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안’ 들어주는데 답이 있을 리 없다.

주변의 젊은 세대 몇 명에게 ‘왜 요즘 음악을 듣지 않는가?’ 물었더니 “들을 만한 음악이 없다!” 혹은 “찾아보면 괜찮은 음악이 있을 테지만 그 정도 성의를 보이기가 귀찮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거기에 취업 불안과 경기악화가 거들면서 새로운 음악을 향한 탐미는 이미 초토화한 상태고 나른한 관심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음악인구라고 할 사람들이 과거의 음악에 굴복해 버린다면 현재의 음악은 소멸하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증명된 것이지만 환경이 열악해지면 대중은 익숙한 음악을 선호한다고 한다. 잊힐 만하면 꼬박꼬박 돌아오는 복고가 말해주듯 원래가 시간이 쌓인 음악은 유리하다. 여기에 묻히면 안된다. ‘레트로’나 ‘돌아온 전설들’ 등 과거 숭배의 흐름 모든 게 최신 음악, 새로운 음악을 지속적으로 수혈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조건에서 용인되는 것이다.

이러한 토대 구축을 위해선 음악생산자의 분발과 방송의 균형감도 중요하지만 음악소비자의 협조도 절실하다. 괜찮은 음악은 찾아보면 넘쳐난다. 비틀스와 더불어 지금의 음악에 귀 기울여야 진정한 음악적 축복이다. 금년도 음악에 봉사해야 할 대중음악이 까딱하다가는 ‘왕년 음악’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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