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선제공격을 결정하는가

2016.10.10 21:04 입력 2016.10.10 22:20 수정

대한민국 헌법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제5조 1항에 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전쟁은 ‘자위적’ 전쟁이다. 즉 무력 공격을 당했을 때 자신을 지키는 전쟁만 가능하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모든 유엔 회원국의 의무다. 유엔헌장은 ‘무력 공격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자위권 행사를 인정한다. ‘화근을 제거하기 위한’ 따위의 전쟁은 헌법 위반이다.

[세상읽기]누가 선제공격을 결정하는가

북한이 머지않아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능력을 가지면 미국이 선제공격을 결정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조선일보의 9월22일자 양상훈 칼럼에는 “미국인들은 말보다 행동이 무서운 사람들이다”라고 실렸다. 같은 신문 10월8일자의 류석춘의 글에는 “동맹국이 실행하려던 ‘선제타격’을 1994년 김영삼 정부가 반대해 오늘의 상황에까지 이른 사정을 돌이켜보면 더 이상 우리가 ‘선제타격’을 놓고 우물쭈물할 계제가 아님을 누구라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설령 미국이 결심한다고 해서 함부로 동의해서는 안된다. 선제공격 문제는 두 가지로 검토할 수 있다. 첫째, 이른바 ‘예방적’ 공격은 언제나 대한민국 헌법 위반이다. 즉 화근을 미리 없앤다는 따위의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따질 필요조차 없이 헌법과 유엔헌장 위반이다. ‘급변사태’라고 표현하면서 만일 북한에 권력관계 정변 등이 일어났을 때 한국이 무력으로 직접 개입 공격한다면 헌법 위반이다. 둘째, 선제공격이 정당화되려면 적국이 핵무기와 같은 대량 살상무기를 사용해 공격하려고 하는 급박한 위협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정당성은 오로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만 승인된다. 그리고 급박한 위협으로 승인되려면 위협이 실재해야 하며, 즉각적이고 압도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선제공격은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이다. 그러므로 단지 북한이 미국을 핵공격할 능력을 갖춘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을 적법하게 선제공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한국이 헌법을 가진 공동체라면, 미국의 북한 공격을 당연한 것처럼 인식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결심하면 한국은 따라하는 그런 것은 안된다. 여기서 한국이 외면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누가 급박한 위협 상황에서 선제공격을 결정하는가? 헌법은 선전포고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했다. 사후 승인이 아니다. 국회의 동의권은 사전 동의권이다. 동의가 없는 대통령의 선전포고는 위헌이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선제공격에도 적용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 대비해서 국회의장이나 국방상임위원회의 동의권과 같은 대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급박한 위협 상황이라는 대통령의 정보 판단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를 국회가 미리 긴급히 점검할 대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마치 미국이 선제공격을 결정하는 주체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의 원인인 전시작전권을 조속히 환수해야 한다.

국민의 뜻은 비핵화이다. 국민경제에도 비핵화가 필수이다. 그렇다면 정치는 이를 실현하는 데에 일관되게 노력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해서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도록 북한과의 평화체제를 보장해야 한다.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독일 통일의 주역, 빌리 브란트는 군사무기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정치가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금 정치는 정치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 어떠한 잘못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덮어 버리는 부끄러운 짓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독일은 어떻게 통일했는가? 독일의 통일 정치는 양독 사이의 신뢰이고 교류였다. 서독은 1971년 동독을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고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에서 자립과 자주권을 인정했다. 그 결실이 1989년 7만명의 동독 국민이 일으킨 민주혁명이다. 북한을 제거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신을 선제타격하겠다는 사람들을 북한 사람들이 신뢰하겠는가?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