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용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17.06.29 20:34 입력 2017.06.29 20:47 수정
송수정 전시기획자

Debi Cornwall, Gitmo at Home, Gitmo at Play 연작 중, 2015

Debi Cornwall, Gitmo at Home, Gitmo at Play 연작 중, 2015

낡았지만 안락해 보이는 소파. 휴식을 위한 공간인가 싶은데 바닥에는 누군가의 발목을 붙들어 맬 족쇄가 대기하고 있다. 배경은 그저 흰 벽. 휴게실이라 하기에는 끔찍해 보이고, 취조실이라 하기에는 안락해 보이는 이 공간은 그 자체로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 방은 관타나모 미군 기지 제5수용소 안에 있다. 오직 모범수에게만 이 소파에 앉아 발목을 묶인 채 텔레비전을 시청할 기회가 주어진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잠재 테러범 혹은 테러 동조자로 의심되면 누구든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잡아들여 관타나모에 가둬 버렸다. 관타나모는 감옥이 아니라 용의자를 위한 시설이기에 전쟁 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도 없고, 쿠바령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미국 내 인권보호법도 비켜 나간다.

오랫동안 인권 변호사로도 활동했던 데비 콘월은 무려 9개월에 걸친 서류 작업과 신원 조회를 거쳐 관타나모 촬영에 성공했다. 고은사진미술관이 운영하는 부산의 BMW 포토스페이스에서 이 작업을 소개한다. 사전 검열을 통해 미군 당국마저 공개해도 된다고 판단한 데비 콘월의 사진들은 미국이 자국의 평화 유지를 명분 삼아 저지르는 폭력성과 위선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야외 바비큐장과 수영장은 물론이고 18홀 골프 코스까지 갖춘 관타나모는 미군과 그 가족에게는 이국적인 카리브해의 휴양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끌려와 고문과 학대 속에 놓인 용의자에게는 끔찍한 지옥일 뿐이다. 수용자가 등장하지 않는 이 장소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그 뒤에 감춰진 모순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5년 동안 780명의 용의자가 이곳에 수감되었으나 단 8명만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중 5명은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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