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불확실성 시대의 생존전략

2018.09.28 20:28 입력 2018.09.28 20:32 수정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광주과기원 석좌교수

2017년 세계 싱크탱크들이 확실하게 예측한 것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세계가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화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발발하여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정점을 지나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백인 노동자들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결행하여 초국가연합인 EU에 거대한 균열이 발생하였고, 미국제일주의, 고립주의, 보호주의를 내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어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을 불공정 무역국가로 공격하자 G2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한국은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되고 있다

[세상읽기]초불확실성 시대의 생존전략

표준화된 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산업화시대에는 미국이 국제정치, 국제금융, 국제무역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정치·경제·사회의 예측 가능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였다. 그런데 세계화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진행되고 ICT 혁명이 기술적으로 가세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 ‘노동자 없는 공장’ ‘거대금융자본의 지배’ 현상을 낳아 20대 80의 사회가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1%대 99%의 초양극화 사회로 심화되었다. 양극화는 경제적 불평등에서 시작되었으나 페미니즘, 교육, 환경보전, 홈리스, 노령빈곤, 평화, 반핵운동 등 비경제적 범주에서도 격차, 배제, 차별이 일어나 보편적 사회현상이 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양극화의 심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중산층의 분노가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더하여 터키의 에르도안, 필리핀의 두테르테와 같은 스트롱맨이 비자유주의적(illiberal) 민족주의에 편승하여 권력을 강화함으로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는 초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포스트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시대에 들어섰다. 이러한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에서는 초위험사회(super-risk society)가 도래하였다. 세계화 시대에 국민국가는 더 이상 위험을 해결할 자원, 능력,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초위험사회 신드롬으로 먼저, 재난사회를 들 수 있다. 세월호, 메르스, 지진, 조류독감 등 재난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대응은 관료사회의 무능과 정·관·재 ‘철의 3각 부패동맹’으로 재앙수준이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재난 시 안전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접었다가, 촛불을 들고 재난 극복에 무능한 정권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세워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는지 주시하고 있다.

둘째, ICT의 심화와 인공지능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기술이 더욱 노동절약적이게 되었고, 세계화에 의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고용불안사회가 되었다. 고용 문제는 청년층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 교육, 주택, 육아 문제와 중첩되면서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고, 출산율 저하의 주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저출산은 한국의 청년들이 초위험사회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셋째, 초고령화사회는 저출산사회와 맞물리면서 초위험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초고령화, 인생 140세 시대, 초건강사회가 저출산사회와 만나면서 재앙적 수준의 초위험사회가 되고 있다. 먼저 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해 힘에 부치는 부담을 해야 하는 ‘목말사회’가 현실화되고 있고, 생산연령인구 비중의 하락으로 경제성장이 낮아지는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와 같은 위험사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에 한국의 생존전략은, 첫째, 복지사회를 앞당겨서 초위험사회에 대비하는 ‘보험’ 역할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의료, 교육, 출산, 노령, 일자리 분야에서 사회복지를 강화하고, 다수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소득을 이전하여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가전과 같은 주력산업과 한류산업, 의료산업에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투입하여 혁신함으로써 생산성과 고용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두뇌유출 국가에서 두뇌유입 국가로의 전환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지능정보화사회를 앞당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 북·미 대화는 북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있는 희망의 창이다. 북한 리스크를 줄이고 8000만 한반도경제권을 형성하면 초강력 경쟁자인 중국, 미국, 일본뿐만이 아니라 빠르게 추격해오는 신흥국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고, 저출산노령사회로 인한 노동력 수급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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