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서 꽃샘추위 빨리 풀리길

2019.03.29 20:27 입력 2019.03.29 20:50 수정

지난 3월22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인원을 철수하더니 지금은 인원들이 복귀하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속사정이 어떤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다시 가동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연락기능은 일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우리 측이 북측 인원의 철수 통보에도 정상적으로 유지한 점은 잘한 것이다. 텅텅 비어있는 판문점 북측 연락사무소의 기능도 정상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세상읽기]남북관계에서 꽃샘추위 빨리 풀리길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이후로 이처럼 남북관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는 없지만, 크게는 제재 문제로 인해 남북 간 합의사항의 이행이 원활하지 못하다. 작게는 연락기능의 일시 단절, 대남 비난 등 여러 가지 악재들이 부분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최근 북한의 태도는 나름 상당히 침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거나 회담이 결렬되었을 경우 험한 말을 쏟아내고 대화의 문을 닫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현재의 대화국면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노이 회담에서 논의된 것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려는 것도 대화를 궁극적으로는 계속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지난 3월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신 기자들에게 “미국의 일괄타결 빅딜 불수용, 북·미 대화 중단 고려, 곧 최고지도부 결심 있을 것” 등을 밝혔다. 최 부상의 ‘발언문’에는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키면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축성 있는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스냅백(snap back)’ 조항의 삽입 여부까지 양측이 협의하였음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 측의 입장을 동시에 들어봐야겠지만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제재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수단이라고 한다면 스냅백 방식은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우려하는 것은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는 불가역적임에 비해 제재는 가역적이라는 점에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 위해서는 불신의 단계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완전한 제재 해제는 어렵지만 제재의 단계와 수준을 조정하면서 협상을 하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회담이 왜 합의 없이 종료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충분한 숙의기간을 가졌다. 상대방이 오판하지 않고 돌발적인 악재를 잘 관리해 나간다면 대화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중국을 방문했고 한·미 외교장관 회담도 열리는 등 대화의 시동을 걸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적인 대북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 다시 협상의 당사자들이 움직일 때가 오고 있다. 조속히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만난다면 이제는 북핵 폐기의 시기와 절차, 상응조치를 연결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이 다른 중요시설은 숨겨놓고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미국도 북한의 핵폐기 절차에 상응하는 제재 해제를 어떻게 배열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냅백 조항조차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유도해낼 수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내, 한국 내, 그리고 북한 내 인식들이다. 지난 26일 미국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에서 미국 내 의원들은 한국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안되는 동맹이라고 폄하했다고 전해진다. 일부 학자들은 한국과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기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바꾸려고 로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안보불안을 야기하고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인식들이 존재한다. 북한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선희 부상은 북한 내 군대와 군수공업부문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수천통의 청원 편지를 국무위원장에게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미 3자 최고지도자들 간의 톱다운 방식으로 전개되는 현재의 비핵화 국면에서 국내 정치와 여론들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하노이 회담 중에 코언 청문회를 여는 미국의 국내 정치나 통일부 장관 지명을 두고 색깔론을 펼치는 우리의 현실이나 아직 탈냉전의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북한의 군부세력 등이 우리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열망과 바람을 이해는 하고 있을까? 자기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모처럼 맞은 한반도의 변화 기회를 날려버리지는 않을까? 남북관계에서 꽃샘추위가 풀리고 모두가 환영하는 희망찬 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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