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난동사태, 상설특검제로 수사해야

2019.05.12 20:31 입력 2019.05.12 20:34 수정

지난 4월24일부터 4월29일까지 국회는 무법천지였다. 채이배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의원실에 감금당했고, 국회 사무처 사무실들이 점거당했다. 팩스로 접수되던 법안이 훼손됐고, 팩스도 파손됐다. 국회의장이 경호권까지 발동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승수의 틈]국회 난동사태, 상설특검제로 수사해야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특수주거침입, 특수감금,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회의방해 등의 죄로 처벌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교사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는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 황교안 대표는 ‘결사저지’를 지시했고 현장을 격려 방문하기까지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점거 현장을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채이배 의원의 감금을 전화로 지시했다.

조폭 사건에서도 폭력에 직접 참여했든 그러지 않았든 조폭 두목을 더욱 무겁게 처벌한다. 과거 대학생들, 노동자들이 건물 점거를 했을 때에도, 수사기관은 배후세력이라면서 학생운동 지도부나 노동운동 지도부를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가 그런 일을 하던 사람이다.

문제는 이렇게 명백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까라는 것이다. 제1야당의 대표, 원내대표,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이런 난동사태를 벌이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헌법이 정한 평등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다. 만약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조폭 두목들이 ‘법 앞의 평등’을 외치며 ‘우리만 왜 처벌했냐’고 항의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지금 검찰에겐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남부지검은 국회 난동사태에 대해 녹색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이 고발한 사건들을 영등포경찰서에 내려보냈다. 검찰은 수사지휘만 하고 실제 수사는 경찰이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너무 소극적인 태도이다.

게다가 문무일 검찰총장은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식의 반응까지 보였다. 국회가 입법권을 통해 검경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집단인 검경을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입법권으로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검찰총장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검찰총장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데 과연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기소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별검사제이다. 그러나 개별 법률로 특별검사법을 제정하는 것은 한국당의 반발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경우에 활용하라고 만들어진 제도가 있다. 바로 2014년에 만들어진 상설특검제이다.

정식 법률 명칭이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인 상설특검제는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지 않아도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 박근혜 정권 시절에 입법됐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활용되지 못했다. 그 이후에 있었던 최순실·박근혜 특검이나 드루킹 특검은 국회가 별도의 개별 법률을 만들어 특별검사를 임명한 사례이다.

그러나 상설특검은 활용가치가 있는 제도이다. 별도 법률을 만들지 않아도 국회의 의결이나 법무부 장관의 판단에 의해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처럼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이 문제되는 경우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임명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다.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 임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이 국회에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에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의뢰하면 된다. 추천위원회는 의뢰를 받고 나서 5일 이내에 추천을 하게 되어 있다. 7명의 추천위원회 구성도 법률로 정해져 있다.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이고, 그 외 4명은 원내교섭단체들이 추천해서 국회의장이 임명한다. 임명된 특별검사는 20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60일간(30일 연장 가능)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국회 난동사건에 대한 증거는 차고 넘치니 이 정도 수사기간이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 한국당도 자신들이 폭행당했다면서 고발해 놓은 사건들이 있으니 그 사건까지 묶어서 특별검사를 통해 공정하게 수사를 하자는 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 또한 이 제도는 박근혜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니,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정치적 시비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청와대나 여당도 당장의 정치적 고민 때문에 상설특검제 활용을 망설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지금의 검찰, 경찰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이 정치적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당 입장에서는 추가경정예산 등 제1야당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있다. 그러나 국회를 며칠 동안 점거하고 난동을 부려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헌법이 파괴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처벌받지 않는다면 헌법 11조 2항이 금지하고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적당히 정치적으로 타협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국회 난동사태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상설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법치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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