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 빠를수록 좋다

2019.10.24 21:17 입력 2019.10.24 21:19 수정

콘라트 로렌츠(1903~1989)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1973년 행동연구가 최초로 노벨상(의학 부문)을 수상했다. 회색기러기가 부화한 후 처음 만난 대상을 어미로 알고 특정 행동을 따라하는 행동, 즉 각인(Imprinting) 학습 현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로렌츠 덕분에 탄생 직후 특정한 시기(critical period)에 익힌 행동은 성장 후의 행동양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주로 종(種)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행동양식들이 이때 최초의 양육자를 통해 전수된다고 한다.

2005년도 스탠퍼드 심리학 연구팀의 결과는 더 재밌다. 음식, 옷이나 음악 취향, 심지어 기부행위까지도 어느 연령대까지 해보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렵다 한다. 대체로 13세에서 28세 정도까지 젊은 시절에 해보지 않으면 나이 먹어서 새롭게 시도하기 어렵다는 장기종단 연구였다. 그만큼 행동변화가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녹색세상]환경교육, 빠를수록 좋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들을 우리는 잘 새기고 있나?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재난 상황이 우리 생존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것 맞나?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배운 적 있는지 묻고 싶다. 1995년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가 만든 ‘교육학 용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환경교육은 환경에 관한(about), 환경 내의(in) 또는 환경을 통한(through), 환경을 위한(for) 교육이라고 한다. 즉 개인이나 집단이 인류의 생존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환경보존과 사회정의를 위한 가치와 태도를 개발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기술을 함양하는 교육 활동을 말한다. 좋은 뜻은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실제론 어떤가.

환경 교과목이 독립 교과로 시작된 것은 1992년이다. 마땅한 교사들이 양성되어 있지 않아, 교련 선생님이 수업을 담당했다. 수학 전공자가 수학을 가르치고 영어 전공자가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마땅하거늘 2009년 이후 10년 동안 환경교사 임용은 0명이다. 환경수업은 선택 과목으로 분류되어 있어 채택한 학교도 손꼽을 정도다.

작년 5월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88.8%의 응답자가 기후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경교육의 확산이라고 답하였다. 엊그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2019 탈석탄 기후변화대응 국제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성장해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가 됐을 때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환경 교육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모두 당위의 세계, 말의 세계에 살고 있다. 환경부가 환경교육 예산을 아무리 높여봐야 그 몇십억원을 기재부에서 깎는다. 민생에 직접 도움되지 않으면 증액하기 어렵다고 한다. 환경을 뺀 민생이란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정부는 이미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12.9% 늘어난 22조3000억원으로 배정했다. 대부분 철도나 도로 등 토목 공사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라도 환경교사를 늘리고, 공교육을 대신해 민간이 하고 있는 환경교육도 확산하게 지원하면 안되나? 정부 지원 없다고 행동을 멈추랴.

환경운동가들은 환경인지감수성을 높여 행동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고 있다. 예컨대 환경재단이 16년째 해오고 있는 ‘환경영화제’는 복잡한 환경문제를 드라마로 속삭여주는 환경교실이다. <플라스틱 차이나> 다큐 한 편으로 중국 정부는 쓰레기 수입을 중단했다. 망망대해에 한배를 타고 디지털 세계를 떠나 대자연과 교감하며, 선상의 에코라이프를 체험하는 ‘그린보트’는 움직이는 환경학교다. 파도 위에서 자연과 내가 직거래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아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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